찬유' 인기 너무 감사한데 가끔은 부담돼요 |
그냥 과정이야… 2차로도 가고 16차로도 가는 거지 |
모든 촬영을 끝내고 스튜디오에 둘러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런데 질문을 받아야 할 한효주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선배님은 촬영할 때 테이크를 많이 안 가시네요? 보통 사진 찍으면 '다다다다~'하면서 계속 셔터 소리가 들리는데~" 한효주의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 질문에 "허허" 웃음을 보인 조민기는 "내가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라고 할까. 효주가 만들어낸 껍데기를 찍으려는 게 아니야. 어떤 컨셉트를 가지고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효주의 자연스러움을 찍고 싶은 거지"라고 설명한다. 이심전심이랄까. 그녀 역시 "맞아요. 카메라 앞에 서서 포즈 잡으면 거짓말이 들통날 거 같은 느낌이 들고 그렇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재미있고 편했어요"라고 맞장구다. 포토그래퍼답게 조금 더 설명을 보탠다. "사진은 수치로 찍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찍는 거야.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교감하는 건데 오히려 셔터 소리가 방해를 할 수도 있거든...." 두 사람의 사진 토크는 조금 더 이어진 후 최근의 인기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찬란한 유산' 이후 들불처럼 뜨거운 인기를 얻은 한효주는 "인기에 신경이 쓰이게 되더라고요. 전과 별 상관없겠지 하다가도 막상 닥치면 부담감도 생기고, 감사하기도 하고..."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를 지켜보던 조민기는 "인기가 갑자기 높아졌다가 3개월 정도 지나면 '갑자기 세상 사람들이 날 잊어버린 게 아닐까?' 이런 공허함이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래서 갑자기 스타가 된 후배들이 걱정이 좀 돼. 이겨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 지금이 다다른 지점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돼. 운전하다보면 2차로도 가고 16차로도 달리는 것처럼..."이라고 조심스럽게 조언을 건넸다. 뭔가 힌트를 찾은 듯 한효주는 "맞아요. 전 지금 달콤한 맛을 봤을 뿐이고, 나중에 돌아보면서 감사해하면 될 거 같아요"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똘똘하네. 똘똘효주."(웃음)
꽉 찬 삶을 비워내고 싶을 땐 어떻게 하나요? |
아프리카 여행 어때? 연극 무대도 한번 서보고! |
드라마 촬영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바쁜 스케줄로 여유를 마음껏 누리지 못 하고 있는 한효주는 "너무 꽉 차서 날 비워내고 싶다"고 살짝 선배에게 연이어 고충을 털어놨다. 후배의 고민을 그냥 넘길 조민기가 아니다. 그는 바로 두 가지 해답을 던져줬다.
"배우들은 연기를 하고 나면 몸에 분장독이 남아. 분장독을 빼는 데는 여행이지. 한국에서 단단한 땅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거품이었다는 느낌이 들 거야. 개인적으론 아프리카를 추천하고 싶은데 투박함을 즐기면 자연스럽게 분장독이 빠질 거야." 몇 년 간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자주 다닌 조민기답게 아프리카를 추천했다. 이어 그는 연극도 제안했다. "전에 '일지매'에서 효주를 보면서 연극 생각이 떠오르더라고. 안톤 체홉의 '갈매기'에서 니나 역이 딱 어울릴 거 같은데.... 소녀 니나의 건강한 매력을 잘 살릴 수 있을 거야" "아, 저도 연극은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꼭 도전해 볼 거예요. 그런데 아프리카 여행은 좀 걱정이 돼요. 주변에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거든요. 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너무 힘들거 같아요. 아무래도 아프리카는 좀 고려해야 할듯 해요.(웃음)"
하루 종일 내리던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밖은 점점 어두워져 저녁 시간이 다 됐다. 인터뷰도 슬슬 끝날 쯤, 비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한효주가 한 마디 던진다. "족발 먹고 싶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역시 한효주 최고의 매력은 귀여운 솔직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