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주민소환투표 더 이상 없게 법(法) 개정을

조선일보
입력 2009.08.26 22:19 | 수정 2009.08.26 23:37

26일 실시된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투표권자 41만9504명 가운데 11%인 4만6076명만 투표에 참여해 부결됐다. 소환투표는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 유효한 것으로 인정돼 개표가 진행된다. 김 지사에 대한 소환투표는 제주지역 30여 단체가 결성한 '주민소환운동본부'가 도민 7만7367명의 서명을 받아 6월 29일 청구해 이뤄졌다. 소환운동본부는 제주도가 지난 4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정부 계획을 받아들인 것을 놓고 '도지사가 강정마을을 정부에 상납했다'고 주장해왔다.

제주 남방해역은 우리 수출 물량의 대부분이 오가는 통로다. 제주에서 동중국해로 이어지는 대륙붕엔 200종이 넘는 지하자원이 묻혀 있어 국제분쟁의 소지도 크다. 중국 군함의 총 톤수는 100만t, 일본은 40만t이 넘지만 한국 해군은 14만t에 불과하다. 만일 제주 남방 이어도 부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부산 해군함대가 출동하는 데는 20시간, 일본 사세보나 중국 상하이의 해군함대에선 15시간 걸린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국가안보와 해상수송로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국책사업이다.

현행 주민소환법은 광역지자체의 경우 투표권자의 10%, 기초지자체는 15%의 서명으로 소환투표가 발의되게 규정하고 있다. 소환투표가 발의되면 그 순간부터 지사·시장·군수의 직무는 개표결과 확정 때까지 정지된다. 이런 식이라면 지자체가 논란이 있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업은 추진할 수가 없다. 경기도 하남시에서도 2007년 지역발전의 재정확보를 위해 광역화장장을 추진한 시장에 대한 소환투표가 실시돼 시장 직무가 28일간 정지됐었다.

제주지사 소환운동본부엔 남북공동선언제주실천연대 민노총제주본부 반미(反美)여성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참여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민노당 진보신당 등의 단체가 포함돼 있다. 이름만으로도 성향을 알 수 있는 단체들이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일본은 대체로 선거권자의 3분의 1 이상, 미국에선 4분의 1 이상의 청구가 있어야 소환투표가 발의된다. 우리도 투표권자의 10~15%로 돼 있는 소환투표 발의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소환투표 청구 사유도 직무유기·직권남용이나 불법·비리로 제한해야 한다. 특정 이념 성향의 단체들이 주동이 돼 안보 관련 국책사업까지 문제 삼는 식의 이런 주민소환투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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