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세계 경기 회복의 척도가 됐던 중국 증시가 8월 들어 본격적인 조정을 받고 있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던 데 대한 부담감과 중국 정부의 유동성(流動性·자금흐름) 축소 움직임 때문에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 4일 올 들어 최고점(3471.44)을 찍은 상하이종합지수는 불과 2주 만에 20%나 하락하면서 2700대로 뚝 떨어졌다. 이에 맞춰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조정론을 내놓고 있다. 중국 증시의 급락으로 아시아 증시까지 흔들릴지 모른다는 이른바 '차이나쇼크(China Shock)'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증시가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자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20일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를 승인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증시부양에 나섰다. 이 조치 덕택에 이날 중국 증시는 4.52%나 반등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상반기만큼 중국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소재가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중국펀드에 단기 투자한 국내투자자들은 투자액을 나눠서 조금씩 환매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중국발(發) 주가 쇼크 우려

지난달 1일 3008.15로 1년 1개월 만에 3000선을 탈환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후 계속 올라 한달쯤 뒤인 지난 4일에는 3471.44로 뛰었다. 주가가 연초 후 90% 넘게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8거래일 동안 하락하면서 지난 17일에는 3000선 아래로 다시 밀렸고, 이틀 뒤인 19일에는 지난 4일 고점보다 20%나 떨어진 2785.58로 주저앉았다.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에 대한 경고음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007년 4월 중국 증시 조정을 예견해 유명해진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8일 "중국 증시가 10% 이상 추가하락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투자 예찬론자였던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마저도 지난 7월 말 "중국 증시가 너무 빠르게 올랐고, 폭락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작년 11월부터 중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며 돌아섰다.

중국이 약세를 보이자 아시아 증시도 함께 흔들렸다. 대만 증시는 8월 들어 19일까지 주가가 4% 이상 하락했고, 홍콩 증시는 3% 이상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도 지난 14일 1600 목전까지 올랐다가 중국 증시 하락 영향으로 19일에는 1545선까지 미끄러졌다.

◆중국 정부의 '돈줄 죄기'가 원인

중국 증시가 부진한 이유는 정부의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던 중국 정부는 7월 들어 시중 은행의 신규대출을 줄이면서 '돈줄 죄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월 신규대출은 전월(1조5304억위안)과 비교해 4분의 1로 줄어든 3559억위안에 그쳤다.

앞으로 중국 은행들의 대출 여력도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 건설은행을 포함한 4대 국영은행들이 올해 대출 목표액을 대부분 채웠기 때문이다.

하반기 중국 은행의 대출규모는 상반기의 절반 수준인 3조위안에 머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그만큼 증시로 흘러 들어갈 자금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현재 상장된 주식의 20%에 해당하는 비유통주(상장 주식 중 정부 규제로 유통이 제한된 주식)가 규제 해제로 매물로 쏟아져 나오는 것도 주가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주가가 장 초반에 상승하다가 장중에 급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것은 그만큼 투자심리가 불안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단기투자자는 분할 환매 고려해볼 만

이에 반해 중국 정부가 증시 폭락을 원하지 않고, 경제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20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증시 부양을 위해 일부 펀드의 운용을 승인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중국 증시는 4.52% 오른 2911.58로 거래를 마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이날 "중국 증시가 기업실적 호전과 정부의 경기부양책 유지 등에 힘입어 최근 부진에서 탈피,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중국펀드 투자자의 경우 투자시기에 따라 차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중국 증시가 정점에 올랐기 때문에 짧은 기간 투자를 목표했던 투자자라면 나눠서 환매하는 게 좋다"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기존의 투자를 유지하거나 추가 조정을 받을 때 새로 가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