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전직 대통령 첫 국장(國葬)' 결정되기까지

조선일보
  • 최경운 기자
    입력 2009.08.20 03:06

    유족 요청에 실무진 "전례 없는데…" 李대통령 "유족 뜻 존중하라"… 매듭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가 19일 '6일간의 국장(國葬)'으로 결정되기까지 정부와 김 전 대통령측 사이에선 장례의 격(格)을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전직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國民葬)으로 치러져 온 전례를 고려해 국장에 난색을 표한 정부측과, 고인에 대한 최고 예우 차원에서 국장을 주장한 김 전 대통령측의 입장이 맞섰기 때문이다.

    18일 서거 직후만 해도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치러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었다.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현직 대통령은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치를 수 있지만 작고한 다른 전직 대통령의 경우 국장을 치른 예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장보다 격이 높은 국장은 1979년 10월 대통령 재직 중 서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국장은 7일 이내로 치르는 국민장과 달리 9일까지 치를 수 있고, 장례 기간 내내 조기를 게양하고 영결식 당일 관공서가 휴무하는 등 국민장보다 격이 높다. 퇴임 이후 근래에 서거한 최규하·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모두 국민장을 했다.

    서울광장에 분향소… 1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차려진 故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는 이런 전례를 감안,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주축이 돼 유족들과의 협의를 거쳐 18일 밤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국민장을 확정하는 수순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유족과 측근, 민주당 등 김 전 대통령측이 국민장에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DJ측은 "고인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와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한 정치적 업적 등을 고려할 때 최고 예우가 필요하다"며 국장을 요구했다고 한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국민장 전례 문제에 대해서도 "법에 현직 대통령 서거 때만 국장을 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지 않으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이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청와대측이 18일 밤부터 김 전 대통령측의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물밑 접촉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국장으로 하되 6일장"으로 하는 절충안이 마련됐다. 최대 9일장까지 할 수 있는 국장을 하더라도 장례기간을 줄여 6일장을 하면 지난 5월, 7일간의 국민장으로 치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보다 장례 기간이 하루 짧아져 형평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또 일요일인 23일 장례를 치르게 돼 국장의 경우 취해지는 관공서 휴무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이 절충안에 대해서도 다시 정부 일각에서 강한 반대 의견이 대두하면서 19일 오후 늦게까지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반대론자들은 "이미 국민장을 치른 다른 전직 대통령과의 형평은 물론이고, 생존해 있는 3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서거할 경우 장례 형식을 놓고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저녁 7시쯤 참모회의를 통해 '국장+6일장' 방안을 재가함으로써 논란을 매듭지었고, 정부는 저녁 8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최종 확정했다. 이달곤 행안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국장을 원하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고, 김 전 대통령이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업적을 기리며, 사회통합의 대승적 의의를 위해 국장을 결정했다"고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장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전직 대통령 중 어떤 분은 국민장으로, 어떤 분은 국장으로 해서 논란이 된다면 국민화합에 좋지 않다.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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