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소설 안중근 불멸] [163]

조선일보
    입력 2009.08.11 03:45

    제13장 망명(亡命)의 아침

    그때 일본군은 본국에서 새로 지원받은 12여단을 각 지방으로 나누어 보내고, 오래 조선반도에 주둔해 현지 사정에 익숙한 원래의 주차(駐箚)부대는 서울로 불러올려 대한제국 군대해산에 따른 소요에 대비하고 있었다. 특히 서울의 시위대 각 대대에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일본군 장교들이 배치되어 병영 안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 바람에 그날 아침 무기와 탄약을 손에 넣은 제1연대 1대대 장병의 봉기는 그들이 미처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용산에 있는 일본군 주차사령부에 알려졌다.

    바로 그와 같은 사태에 대비하여 언제든 출동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던 일본군은 급보를 받자 재빨리 출동하여 제1연대 1대대 병영을 공격하였다. 시위대 1대대도 섣불리 밖으로 뛰쳐나가 산발적인 시가전을 벌이는 대신 오히려 병영의 방어시설에 의지한 진지전(陣地戰)을 꾀했다. 얼마 전 안중근과 안창호가 본 것은 바로 그 병영을 방어진지로 삼은 시위대 1대대와 그 근거를 분쇄하려는 일본군 대대들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 끄트머리였다.

    그런데 그날 군대해산에 맞서 일어난 대한제국 시위대는 제1연대 1대대뿐만이 아니었다. 창의문 쪽에 있던 제2연대 1대대는 제1연대 1대대보다 먼저 병영을 나서 훈련원을 향해 한참이나 행군해 가다가 광화문 근처에서 요란한 총소리를 들었다. 발 빠른 병사를 총소리 나는 곳으로 보내 알아보니 제1연대 1대대가 들고일어났다는 말이 돌았다. 그 까닭이 대한제국 군대해산에 맞서기 위한 것이란 말을 듣자 병영으로 되돌아간 제2연대 1대대 장병들도 일본군 장교들이 잠가둔 무기고와 탄약고를 부수고 무장을 했다.

    일러스트=김지혁

    안중근이 그걸 안 것은 대한매일신보사로 돌아갔던 안창호가 돌아온 뒤였다. 안창호가 기자도 사진사도 딸리지 않고 홀로 돌아온 걸 보고 안중근이 물었다.

    "어째 홀로 돌아오십니까?"

    "신문사에는 나이 드신 백암 선생밖에 계시지 않았소. 기자들이나 사진사는 말할 것도 없고 영업 경리직원까지 모두 현장으로 뛰는 중이라 데려올 사람이 없었소."

    "그럼 훈련원 쪽에도 무슨 일이 났습니까?"

    "그렇지는 않은 듯하오. 그리로는 처음부터 기자 옥관빈이 갔는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는 것이오. 여기만큼이나 일이 크게 터진 곳은 오히려 제2연대 1대대 쪽이오. 창의문 밖에서 지금도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장도빈(張道斌) 기자와 영업부 직원 하나가 그쪽으로 갔다고 합디다."

    "진작부터 그쪽에서 총소리가 나더니, 그게 바로 제2연대 1대대가 들고 일어난 것이었구려. 그럼 사진사는 어디로 간 것이오? 대한매일신보사에는 그밖에 기자분도 몇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사진사는 최익(崔益) 기자가 데려갔다는데, 아마 이쪽으로 왔을 거라고 합디다. 우리와는 길이 어긋난 것 같소."

    그 말을 듣자 안중근은 갑자기 창의문의 제2연대 쪽이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 이쪽은 이미 총소리가 멎고 정리에 들어갔지만, 저쪽은 아직 총소리가 나고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보다 생생한 현장을 보고 싶어 하는 안중근의 마음을 끌었다.

    "그렇다면 이곳으로 일본군 증원 병력이 덮치는 일은 없을 것이니 우리는 이만 떠나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제 부근의 부상병들은 대강 다 모은 것 같고, 또 저기 김 선생의 병원 조수와 간호사도 곧 올 것 같으니, 우리가 여기 남아있다고 해서 그리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디로 가시려고 그러시오?"

    "창의문 쪽으로 가고 싶습니다. 국내에서 일본군과 정규전을 벌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이번에는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아두고 싶습니다."

    그 말에 안창호가 가볍게 이맛살을 찌푸리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마침 급한 치료를 끝내고 허리를 펴는 김필순을 보며 물었다.

    "의사 선생님, 여기 이 동지의 말처럼 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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