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까마귀가 물병을 발견한다. 그러나 물이 얕아 부리가 닿지 않는다. 까마귀는 부리로 주위에 있던 돌을 물병에 넣는다. 돌이 들어갈 때마다 수면이 위로 올라와 마침내 병 입구까지 차게 되자 까마귀는 갈증을 달랠 수 있게 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교훈을 떠올리게 하는 이솝우화(寓話)다. 영국 BBC방송은 7일 이 우화에 등장하는 까마귀의 행동이 실험을 통해 사실로 입증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크리스토퍼 버드(Bird) 박사와 런던 퀸메리대학 네이든 에머리(Emery) 박사는 최근 까마귀의 일종인 당까마귀(rook) 4마리 앞에 입구가 좁은 15cm 높이의 플라스틱 물병을 놓고 실험을 했다. 물론 주위에 크기가 다른 돌들도 갖다 놓았다. 물병의 물은 부리가 닿지 않을 만큼 절반 이하로 채우고, 물 표면엔 벌레를 띄웠다.
당까마귀들은 벌레를 먹기 위해 곧바로 돌을 부리로 집어 물병 안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물병의 수위는 올라갔고 당까마귀들은 몇 차례 시도 끝에 결국 벌레를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과학전문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버드 박사는 "당까마귀들은 수위를 높이는 데 돌이 몇 개나 필요한지 계산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고 작은 돌보다 큰 돌이 더 쓸모 있다는 것도 금방 깨친 것 같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