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女)기자 구출' 계기로… 빌 클린턴·앨 고어 '대선 앙금' 씻고 다시 포옹

조선일보
  • 원정환 기자
    입력 2009.08.07 02:34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두 기자가 5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밥호프 공항에 도착했을 때에, 미국인들이 주목한 것은 두 기자 외에 또 있었다. 두 기자가 속한 커런트 TV의 설립자 앨 고어(Gore) 전 부통령과, 두 기자를 구출해낸 빌 클린턴(Clinton) 전 대통령의 깊은 포옹이었다.

    앨 고어는 성큼성큼 걸어가 비행기에서 내린 클린턴의 손을 크게 흔들며 악수했다. 이어 서로 약 5초간 깊게 포옹했다. 클린턴은 고어의 등을 토닥였다. 대통령과 부통령으로서 1990년대 미국을 이끌었던 두 거물(巨物)이 다시 힘을 모아 성사시키는 광경은 실로 오랜만이었던 것이다.

    원래 두 사람은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고어는 특히 클린턴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Lewinsky)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참모들에게 극도의 클린턴 혐오감을 표출했다고, 뉴욕타임스는 5일 보도했다.

    클린턴 임기 말, 둘의 관계는 심각하게 식었다. 2000년 대선에서 고어가 대법원 판결로 조지 W 부시(Bush) 전 대통령에게 패한 직후, 고어와 클린턴은 근 1시간 가시 돋친 말다툼을 했다. 고어는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이 민주당 표를 잠식했다고 클린턴을 비난했다. 클린턴은 고어가 자신의 정치적 유산(遺産)과 거리를 두려는 것에 유감을 표하며 맞받았다. 작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고어가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암묵적으로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다며 섭섭해했다. 따라서 고어가 10여일 전 클린턴에게 두 기자를 데려와 달라고 요청하고, 클린턴이 이를 수락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였다. NYT는 "(임기가 끝난 후) 둘이 이날처럼 친근한 모습을 보여 준 적은 없었다. 잠깐이었지만 1992년 대선 때 함께 유세하던 순간을 연상케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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