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투쟁으로 잔혹한 내전을 겪은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에서 남성 성폭행 피해자들이 고통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 관계자 등에 따르면 남성 성폭행 피해자는 최근 몇 달 사이에 급격하게 늘었다. 발단은 르완다에서 시작됐다. 르완다에서 소수민족 투치족이 정권을 잡은 뒤 다수민족인 후투족 반군 중 일부가 인근 민주콩고로 쫓겨갔다. 이어 민주콩고 정부가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 르완다 정부와 연합작전을 펴자 수세에 몰린 반군이 민주콩고 민간인을 보복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피해 남성은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카준구 자와(Ziwa·53)는 "오후 11시쯤 갑자기 무장한 남성들이 오두막에 들이닥쳐 목에 도끼를 들이대고 바지를 벗겼다"고 증언했다. 수의사인 그는 당시 폭행으로 왼쪽 다리를 절게 됐으며, 충격으로 인해 일도 하지 못한다. 민주콩고에서 성폭행 법률상담소를 운영하는 미국 변호사협회(ABA)에 따르면, 6월 성폭행 사건 중에서 남성 피해자는 10% 이상을 차지한다. 유엔에서는 민주콩고 동부를 이미 '세계의 성폭행 중심지'로 부른다.
반군이 성폭행 대상으로 여성이 아닌 남성을 노리는 것은 주민을 교란시킬 수 있는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남성의 정체성은 '힘'과 '장악'에 있기 때문에 치욕스럽게 당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즉시 마을 사람들로부터 "너는 이제 남자가 아니다.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됐다"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고 NYT는 전했다.
유엔평화유지군도 남성 성폭행에 가담했다는 주장이 있다. 최근 한 여성이 "유엔평화유지군이 12세 아들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는 등 여러 건의 증언이 이어져 유엔측에서 지난 7월 조사단을 파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