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여전사'에서 '농업 CEO' 꿈꾸는 학생까지 다양

조선일보
  • 박승혁 기자
    입력 2009.08.05 03:07 | 수정 2009.08.05 07:21

    홀트아동복지회 '아름다운 청소년' 10명 선정… '꿈 지원금' 수여

    북한을 탈출하다 다쳐 불구가 될 뻔했던 소녀, 전문직을 마다하고 농사꾼의 길을 선택한 청년 등이 '아름다운 청소년'으로 뽑혀 상을 받았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신한카드와 공동 주최로 4일 '아름다운 청소년 선발 시상식'을 열고 이일심(16·대원국제중1)양 등 10명에게 상장과 300만원의 '꿈 지원금'을 수여했다. 선발 학생들은 탈북 청소년에서 '힙합 여전사'까지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이일심양은 2005년 11월, 두 오빠들을 따라 두만강 살얼음판을 건너 북한을 탈출했다. 이후 중국몽골을 거치며 '갈비뼈로 기타를 쳐도 될 만큼' 앙상한 지경이 되도록 고초를 겪었다. 이양은 중국 공안을 피해 아파트 2층에서 뛰어내렸다가 왼쪽 다리 성장판을 다쳐 양다리 길이가 약간 다르다. 3남매는 6개월이 더 지나 한국에 들어와 먼저 탈북한 아버지와 상봉했다. 북한 주민의 힘든 생활과 탈북자의 고난을 어린 나이에 몸소 경험한 이양은 통일 후 조국에 이바지하는 인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통일 후 남북 간 이질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저는 양쪽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통일 한국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홀트아동복지회가 선발하는 ‘아름다운 청소년’10인 중 힙합 동호회 창립자인 래퍼 임수연(왼쪽)양과 ‘농업 CEO’를 꿈꾸는 팽찬희군이 3일 서울 합정동의 한 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박승혁 기자 patrick@chosun.com
    임수연(18·현대고3)양은 여성청소년 힙합 동호회 '레이디 액션'의 창립자이자 운영자다. 155㎝가량의 아담한 체구, 앳된 얼굴에 핑크색 책가방을 둘러멘 그녀는 영락없는 소녀 같지만, 무대에서는 파워 넘치는 랩 실력을 자랑하는 여성 래퍼다. 임양은 '레이디 액션'을 이끌고 홍대 앞 클럽이나 길거리 등에서 랩, 브레이크댄싱, 그라피티 아트 등 힙합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임양은 "힙합을 하고 싶어도 거리감을 느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여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을 모아 2년 전 레이디 액션을 출범시켰는데 현재 회원 수가 1000명에 이른다"고 했다.

    "힙합이 거친 문화라는 인식 때문에 여성들 참여가 적어요. '비보이'는 있는데 '비걸'은 없잖아요. 내가 랩을 하면 '여자가 무슨 랩이냐' '앵앵대지 말라'고 사람들이 킥킥거려 상처도 받았죠." 임양은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 래퍼들과 다른 대우를 받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 전문 음악인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농업대학 식량작물학과 1학년 팽찬희(18)군은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농업대학을 선택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기도 아버지 같은 농사꾼의 길을 가기 위해서다. "아버지도 말리셨죠. 몸도 힘들뿐더러 희망이 없다고. 밥 없이 못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 쌀 농사를 해야지 않겠어요." '농업 CEO'를 꿈꾸는 팽군의 굵은 팔뚝은 논일로 벌겋게 익어 있었다.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선진 농업기술을 도입해 기계화·대량화를 이루고 싶고요, 세계적 식량 위기가 닥쳐도 버텨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홀트아동복지회와 신한카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위해 도전하는 청소년, 선행을 베푸는 청소년을 찾아 격려하고자 2006년부터 이 상을 수여해 왔다. 올해 접수된 총 169명 중 3차 면접을 거쳐 10명이 선발됐다. 심사를 맡은 이혜경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재능과 개인적 성취 대신 긍정적·적극적인 가치관, 리더십과 성실함을 고려했고, 나눔의 정신과 따뜻한 마음을 가장 먼저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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