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이 김정일 사후(死後) 북한 문제 UN에 가져가면

조선일보
입력 2009.08.03 23:03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 등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올 들어 중국측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死後) 북한이 붕괴하는 긴급 사태에 대비한 대책 논의를 수차례 제안했으나 중국은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중국은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같은 제안도 거절했었다.

중국은 이 같은 논의 자체가 북한을 자극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과 이런 민감한 문제를 논의할 만큼 양국 간의 신뢰가 두텁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 붕괴라는 문제가 미·중 테이블 위로 계속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 미래의 결정적 어느 날 우리 민족의 운명이 이 테이블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3일자 1면 머리기사로 "미국이 거듭해서 비상대책을 세우자고 하는 배후에는 한국이 있다"며 "비상대책 계획을 세우자는 것은 중·북 이간책"이라는 주장을 실었다. 이 신문은 "북한 붕괴는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도 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나 봉쇄로 북한이 붕괴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해도, 북한과 같은 신정(神政) 체제에서 신(神)과 같은 김 위원장이 사망한 뒤의 일은 중국 아니라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의 병(病)은 수년 내에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태풍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이 북한 붕괴 대비책 논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해서 그들 나름의 연구나 대비가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군이 북한 접경 지역에 군사력 배치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도 북한 급변 사태 대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중국은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막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선택 가운데는 북·중 상호원조조약을 빌미로 북한 지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분명 들어 있을 것이다. 우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 경우에 우리에겐 한·미 동맹으로 대응하는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다.

중국이 그런 위험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실행하기보다는 UN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해결을 선호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예상도 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측이 입 밖에 내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 급변 사태 때 이를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UN 회원국인 이상 우리가 단일 민족과 단일 역사라는 이유만으로 북한 지역에서 국제법적인 최우선 지위를 얻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UN 안보리엔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갖고서 버티고 있다. 자신들의 국익에 맞지 않는 어떤 변화도 거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상임이사국은 물론이고 비상임이사국도 아니다. 일본은 거의 매번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고 있다. UN 안보리 15개국 중에서 과연 몇 나라나 중국을 등지고 대한민국의 편에 서줄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한·미 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를 동시에 강화하고 내실화하는 것이 김정일 사후를 대비하는 최선의 길이다. 부족하지만 국가의 외교 역량을 모두 모아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 나름의 북한 내부 수습책을 준비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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