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고도(古都) 시안의 중국산 택시

입력 2009.08.03 23:03

최유식 베이징 특파원
중국 서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은 당나라 수도 장안성(長安城)이 있는 중국의 고도(古都)이다. 얼마 전 6년 만에 이 도시를 다시 찾을 기회가 있었다. 시안에도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서부대개발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었다. 고성(古城)이 자리잡은 도시 중심부는 마천루로 뒤덮이고 있었고, 길거리는 지하철 공사로 인해 어수선했다.

그 와중에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택시의 차종이었다. 도로를 주행하는 택시의 절반가량이 순수 중국 국내 자동차회사인 비야디(比亞適)가 생산하는 소형차 F3였다.

중국 주요 도시의 택시는 그동안 중국 내에서 합작 생산되는 외국 메이커의 차가 주종을 이뤘다. 독일의 폴크스바겐, 프랑스의 시트로앵, 우리나라의 현대차 등이다. 1년에 10만㎞ 이상의 거리를 주행하는 택시는 안정된 성능과 일정 수준의 내구성을 필수로 한다. 반(半) 수입차였던 중형차 홍치(紅旗) 등이 소량 택시용으로 공급된 적이 있지만, 기술력 떨어지는 중국산 자동차가 쉽게 넘보기 힘든 영역이었다. 비야디는 2007년 하반기 산시성 정부와 협력 관계를 맺고 이 지역에 F3를 택시로 공급하기 시작해 지금은 신규 택시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현지 택시 기사들은 "주행 거리가 10만㎞를 넘어가면 잔고장이 잦다"면서도 국산차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 업체는 내년 중국 남방의 대도시인 선전에 자체 개발한 전기자동차 택시를 내놓는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중국 내에 국산 택시를 공급하는 업체는 비야디뿐만이 아니다. 중형차를 주로 생산하는 화천(華晨)자동차도 지난달 티베트의 라싸(拉薩)에 200대의 1.8L급 준중형차를 택시용으로 공급했다. 이런 추세라면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같은 중국의 대표적인 대도시 주력 택시도 중국산으로 바뀔 날이 머지않아 보였다.

중국산 싸구려 제품에 익숙해진 한국 내 소비자에게는 아직 와 닿지 않겠지만 중국의 기술력 성장은 이미 현실이 됐다. 그 중에서도 세계 5대 통신장비업체의 하나로 꼽히는 화웨이(華爲)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이다. 선전에 본사를 둔 화웨이는 지난 5년간 탄탄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유·무선 통신시장을 휩쓸고 있다. 매출액은 해마다 50% 이상 급증하고 있고, 그 중 75%를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1737건의 특허를 출원해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특허 출원 1위에 올랐다. 몇 년 전만 해도 삼성이 차지하고 있던 바로 그 자리이다. 캐나다의 노텔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통신업체들이 화웨이에 밀려 몰락을 길을 걷고 있다. 화웨이와 경쟁하고 있는 한 국내 대기업 임원은 "국제 입찰에서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3분의 1 가격으로 내놓는 데 기가 질렸다"고 말했다.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고속철도와 신재생에너지 건설 분야도 상당 부분을 자체 기술로 해결해 한몫 노렸던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 정도이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자주창신(自主創新)'을 내걸고 기술력 향상에 온 국력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끝난 미중(美中) 전략경제대화(SAED)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첨단기술 제품의 중국 수출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답을 받아내 기술 수입의 물꼬를 텄다. 기술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중국판 나스닥인 차스닥(CHASDAQ)도 곧 문을 열 예정이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한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도 가속이 붙고 있다.

지금은 우리 기업들이 앞선 기술력과 브랜드, 디자인 능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 중국 기업의 돌풍에 쓰러지는 노텔 같은 기업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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