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토크] (37) 이희진 베이비복스의 추억, 그리고 배우의 꿈

입력 2009.07.29 14:29




"함께~ 영화보고 저녁도 먹고~ 가벼운 맥주 한잔~ 뭐가 좋은지 웃는 너~♬."

1997년 정현전 정시운 차유미 김이지 이희진으로 이뤄진 여성 5인조 그룹 베이비복스(Baby V.O.Xㆍ이하 베복)의 1집 '머리하는 날'의 가사다. 힙합 여전사의 느낌으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베복은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키며 기지개를 폈다. 1998년 2집으로 다시 태어난 베복은 1집 멤버인 김이지 이희진을 주축으로 간미연 심은진 이가이 체제로 활동하게 된다. 1집이 강렬했다면 2집은 여성스러움이 크게 부각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이돌(Idol)답게 비주얼 측면에서 크게 업그레이드된 베복은 당시 학생들의 로망으로 떠올랐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이어폰에선 2집 타이틀 곡 '야야야'의 후렴구인 '야이~야이~야~'가 흘러나왔다. 베복의 완성체는 1999년 3집 때 이뤄진다. 이가이 대신 윤은혜가 투입되면서 7집(2004)까지 발표한다. 숱한 히트곡을 남긴 베복은 2004년 심은진, 2005년 윤은혜의 탈퇴와 함께 한국 가요계의 역사로 남게 된다.

베복의 시작과 끝을 모두 지켜본 이희진(29). 베복 시절을 회상하자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 8년간의 활동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 탓이다. 해체 후 연기자로 새 삶을 살고 있는 이희진으로부터 베복 시절의 뒷이야기, 연기자의 삶, 그리고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속마음을 속 시원히 들어봤다.

◇"주량? 소주 1~2병!" 술술토크를 통해 1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희진. 오래간만의 인터뷰라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잔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이희진은 "주량이 소주 1~2병"이라며 "오늘은 많이 마실 생각으로 나왔다"고 말해 오히려 기자를 긴장시켰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베복 시절 아이돌 사귄 적? 있죠, 깊이 가진 않았지만…
 
왼쪽부터 간미연, 심은진, 윤은혜, 김이지, 이희진(점선)
 ★베이비복스와 나

지난 7월 3일, 베복 데뷔 13주년이었다. 고3 때 데뷔한 이희진은 13년이 흐른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은진이, 은혜가 탈퇴하고 나머지 멤버들과 해외활동을 했어요. 팀이 완전히 해체됐을 땐 혼자서 태국에 가 쓰나미 기금을 모으기 위해 마라톤에 참가했고요. 팬들 중엔 쓰나미로 안 좋은 일을 겪은 친구들도 있었거든요."

 ▶가수로 어떻게 데뷔한 거예요?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했어요. 서울 동대문에서 류시원 오빠가 라디오 공개방송을 하는데 그 때 밴 한 대가 다가와 저한테 손짓을 했어요. 앞자리에는 윤정수 오빠가 타고 있었는데 정수 오빠가 같이 타고 있던 양파씨의 매니저에게 "누나 얘 맞아"라는 거예요. 정수 오빠가 저를 미리 본 거였죠. 그 때 양파씨의 매니저가 '여자 다섯 명을 구하는데 해보지 않을래?'라고 제의하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DR뮤직 사장님을 소개받아 데뷔하게 됐어요."

 ▶윤정수씨 때문에 데뷔한 셈이네요?

"베복 시절 정수 오빠한테 '오빠 때문에 내가 이렇게 고생하잖아'라고 투정부린 적도 있어요. 정수 오빠도 제가 힘들어 할 때면 '나 때문에 네가 아파하는 구나'라고 안쓰러워했죠."

 ▶베복의 해체 이유는 뭔가요? 불화설도 있는데.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멤버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고, 누군가는 콜이 들어올 수 있는 거잖아요. 은진이가 마치 팀을 갑자기 떠난 것처럼 비춰졌는데 그건 아니에요. 마지막 앨범 발표 1년 전부터 은진이는 독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거든요. 당시 은진이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이 있는데 저는 소원을 다 푼 것 같다'는 말을 했어요. 은혜 역시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이 연기 쪽인가 보다란 생각을 했고요."

 ▶베복은 안티 팬 때문에 고생도 참 많았는데요.

"한 번은 어떤 친구가 피카츄 인형을 들고 온 거예요. 저희는 팬이 선물을 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 친구가 인형을 누르는데 입에서 물이 나오더라고요. 밤이어서 잘 안 보였지만 은혜가 물을 맞고 아파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물 안에 온갖 이물질이 들어 있었다네요. 그 때 은혜가 눈을 비볐다면 실명 위기까지 갈 뻔 했어요."

 ▶활동 당시 남성 아이돌 그룹 멤버와 만나 적은 없나요?

"안 만났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제가 선을 정확히 긋는 스타일이라 깊게 가진 않았어요."

 ▶베복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은데 다시 뭉칠 생각은 없나요?

"만나면 예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다들 언젠가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각자가 걸어가야 할 길이 다르기 때문에..."

 ▶가수로 데뷔해서 가장 후회한 적은 언제인가요?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오다가 갑자기 쉬려니까 너무 어색한 거예요. 제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속으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것을 왜 했을까란 후회도 했어요. 선입견도 너무 힘들었어요.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제는 가수잖아'라는 말이 너무 아팠어요."






'배우 이희진' 다시 태어난 느낌 행복해!
 
 ★배우가 되고 싶다

이희진은 옛 생각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화제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연기자로 새 삶을 살고 있는데.

"처음 '펑키펑키'(2003)라는 뮤지컬을 했어요. 그 때 관객들이 웃고, 울어주는데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같이 호흡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좋고 그 때부터 연기에 욕심을 갖게 됐어요."

 ▶그럼 라이벌은 옥주현씨인가요?

"라이벌은 모든 연예인이죠.(웃음) 영화, 드라마도 좋은데 공연 일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배우는 게 너무 많거든요. 그런데 처음 연기에 도전했을 때 사람들이 저를 베복 이희진으로 보더라고요. 나중에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2008)를 했을 땐 배우 이희진으로 봐주는데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어요."

 ▶연극에서 남다른 것을 느끼는 것 같아요.

"스태프들과 같이 밤새고 청소도 하면서 밑바닥을 경험했어요. 그 때 제 자신에게 채찍질을 한 것 같아요. 왜 많은 분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하다가 다시 공연을 하는 지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TV에서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조만간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인사드리지 않을까 싶어요."







이상형 연예인? 고수처럼 눈 맑은 남자
 
 ★인간 이희진

 ▶이상형은 어떤 사람이에요?

"대화가 되는 사람? ('외국인은 싫다는 거네요'라고 묻자) 어떻게 아셨어요? 호호. 전 자기 주관이 뚜렷한 남자가 좋아요. 얼굴요? 얼굴은 진짜 안 봐요. 다들 그래요. 눈 낮다고."

 ▶연예인 중에서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이 있다면?

"고수씨처럼 눈이 초롱초롱하고 맑은 남자가 좋아요."

 ▶결혼은 언제쯤 하게 될까요?

"지금부터 만난다고 해도 2~3년은 걸릴 것 같아요. 원래는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 자신을 먼저 찾고 싶어요. 그래야 저와 맞는 분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끝으로 팬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근 4년 동안 홀로서기를 하면서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울타리 안에서 나와 혼자 일어나고 책임지는 법을 배웠고요. 앞으로 여러분 곁에 다시 다가갈 날이 올 것 같은데 예전처럼 예쁘게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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