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발언 하나하나를 주목하는 미국의 대통령과 부통령이라는 새 '직책'을 종종 잊는 것일까. 버락 오바마(Obama) 대통령과 조지프 바이든(Biden) 부통령이 종종 쏟아내는 가식(假飾) 없지만, 즉흥적인 발언이 미국 안팎에 의도하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백악관 대변인을 했던 아리 플라이셔(Fleischer)는 "대통령은 진실하게 자기 마음을 얘기하고 싶어도, 대통령이 되기 전의 방식으론 이젠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아직도 새 지위에 적응 중"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연설 때 텔레프롬프터(자막기)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만큼 '준비된' 발언만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지난 22일 의료보험 개혁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하버드대 흑인 교수가 자택에서 침입자로 몰려 경찰에 체포됐던 사건에 대해 질문을 받자, "경찰이 어리석게 행동했다"고 답했다. 이 말에 해당 경찰관과 경찰 조직은 "대통령이 동네 일까지 참견한다"고 반격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뒤 "내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한 것은 어리석었다"고 사과했다. 이에 대해 미 정계의 많은 이들은 "오바마는 즉석에서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말하기 전에 생각하느라 종종 말을 멈춘다"며, 이번 해프닝에 놀라워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텍사스 A&M 대학에서 대통령학을 강의하는 조지 에드워즈(Edwards) 3세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은 '자기 집에 있다는 것을 경찰에게 증명해야 하는 사람에게 동정을 표한다. 그러나 수사 중인 사안을 언급할 수는 없다'는 정도로 말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가 자신의 '즉흥적인' 말에 뒤늦게 사과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1월 당선자 신분으로 첫 기자회견을 하면서 "낸시 레이건(Reagan) 여사처럼 혼(魂)을 부르는 의식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가 당일 낸시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낸시 여사가 백악관에 살 때 종종 점성술사를 불러서 초혼(招魂) 의식을 행했다는 루머에 빗댄 발언이었다. 지난 3월엔 TV 토크쇼에서 자신의 '형편없는' 볼링 실력을 "아마 특수올림픽(Special Olympics·패럴림픽) 수준"이라고 말했다가 장애인 단체들의 반발을 샀고, 특수올림픽 위원장에게 직접 사과했다. 데이비드 액설로드(Axelrod) 백악관 선임 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 (대통령이라는) 새 위치에 적응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빌 클린턴(Clinton) 전 미국 대통령도 당선 몇 주 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포토라인에서 비서에게 화를 냈다가, 이게 방송용 카메라에 찍힌 적이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흑인 교수 체포에 대한 발언은 단지 '말실수'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자신과 같은 흑인 엘리트들이 미국 사회에서 성장·활동하면서 잠재적으로 갖게 되는 백인 경찰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