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잘못한 금융사에 세금 퍼주나" "역겨웠지만 파국은 막아야 했다"

조선일보
  • 이태훈 기자
    입력 2009.07.28 03:33

    버냉키 미(美) FRB의장 시민 질책에 고충 토로

    "나도 악취 때문에 코를 싸쥐어야 했다. 여러분처럼 나도 역겹다. 여러분이 좌절감을 느끼는 것도 십분 이해한다."

    벤 버냉키(Bernanke)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7일 구제금융으로 대형 금융사들을 살려낸 데 대해 "금융시스템과 전체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 공영방송 PBS의 '뉴스아워' 프로그램에 출연해 녹화하던 중 한 자영업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겐 푼돈이나 던져주면서 거대금융사에 세금을 퍼붓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뉴스아워'는 PBS방송의 유명 앵커 짐 레러(Lehrer)의 사회로 방청객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버냉키는 "나는 '제2의 대공황'을 떠맡는 FRB 의장이 될 수는 없었다"며 "무모한 도박을 한 금융기관들을 살리기 위해 개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나 역시 극도로 분노하고 좌절했다"고도 했다. 그는 또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가을 상황에 대해 "주택·신용·금융 문제가 뒤엉켜 만들어낸 거대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폭풍)'이었다"며 "사무실 소파에서 며칠씩 밤을 새웠다"고 회상했다. 버냉키 의장은 AIG에 대한 1800억달러 지원 등 공격적인 조치를 통해 금융 파국을 막은 주역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많은 시민과 정치인들의 분노와 비판의 표적이 됐다.

    벤 버냉키(Bernanke)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블룸버그뉴스
    버냉키는 또 수많은 미국 가정을 파산으로 몰아넣은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 "개인들을 보호하려는 FRB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인정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대부분 현금은 2010년 이후 돌기 시작할 것이므로 지금 효과를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버냉키는 미국 실업률이 올해 최고 10%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재확인했으나, "미국 경제는 수년 내에 제 궤도로 돌아와 다시 강력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앞으로 몇 년간 인플레가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며,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돈을 푸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 2월 FRB 의장이 된 버냉키의 임기는 내년 초 만료되며,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그의 재임명 여부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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