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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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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 젊은 여성을 노리는 검은 손 (2)

  • 김영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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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9.07.26 11:27 | 수정 : 2009.07.26 11:44

    ‘지하철 치한’ K(43)는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멀쩡한 모습의 자영업자였다. 그는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을 하다가 기자에게 붙잡힌 뒤에 끌려 나와 질문에 답하면서도 시종일관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제대로 접근하기 전부터 반응을 보이면 그냥 포기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닿기만 해도 확 돌아봐. 빤히 노려보기도 하고, 손을 쳐내기 때문에 시도도 못해.”

    K는 딱 한 번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그는 “욕심을 부린 것이 원인이었다”며 “내 인생의 가장 큰 위기였다”고 말했다.

    “한 눈에 봐도 대학생이었는데, 몸매가 완전 다이너마이트야. 툭툭 건드리니까 자꾸 날 쳐다봐. 딱 시작하는 순간 ‘야이 xxx!’ 하면서 내 손목을 확 잡아채더라구.”

    당시 피해자는 감옥에 보내겠다며 큰 소리를 내지르며 주위의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즉시 도와주겠다며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빌고 빈 끝에 간신히 지하철 수사대까지 가는 상황을 모면했다.

    기자가 지난 1일 지하철 1호선 종각~종로 3가 사이에서 붙잡았던 또 다른 치한 Y(21)는 대학생이었다. 기자의 추궁에 겁에 질린 듯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겉으로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는 부모님이 대학가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한다고 했다. 가정환경이나, 인문계 고교를 거쳐 서울 모 대학에 다닌다는 개인 경력 등 특이한 점은 전혀 없었다.

    6개월 전까지는 여자친구도 있었다고 했다. Y는 ‘여친이 있을 때도 성추행을 했느냐’는 질문에 “유부남도 야동을 본다”며 “여자친구와는 별개의 일”이라고 말했다.

    Y도 지하철 수사대까지 끌려간 적은 없다. 다만 상대가 자신의 손을 붙잡고 “치한이야!”하고 소리를 지른 적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K와 마찬가지로 싹싹 빌고 풀려났다. 다른 한 번은 추행대상이 Y가 다녔던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같은 반이었던 친구였다. 옷맵시만 보고 접근하면서 얼굴을 보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그 때 이후 친구들하고 연락이 끊겼어요. 일촌도 다 잘리고. 그래도 친구라고 놓아줬지만 용서할 순 없었나 보죠.”

    지하철 성추행에 대한 일반 남성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대학생 정모씨(24)는 “가끔 보이던데, 여자들이 왜 피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모씨(23)는 “아는 사람이 도와줬다가 피해자가 부정해서 바보 됐다는 말도 들었다”며 친구를 거들었다. 직장인 권모씨(37)는 “당하는 사람들이 드러내서 거부하지 않는데 어떻게 도와 주느냐”고 했다.

    반면 여성들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김모씨(22)는 “치한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더라”며 “옆에서 거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직장인 윤모씨(27)는 “예쁘게 입는 게 치한을 위한 건 아니지 않느냐”며 “성범죄를 여자 탓으로 돌리는 건 기만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송모씨(20)는 “팔로 가슴을 더듬는 사람도 많아서 지하철에서는 반드시 팔짱을 낀다”고 했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의 성추행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 같은 경우엔 한국에 비해 치한 대비가 잘 되어 있다. 여성 전용칸은 물론이고, 지하철의 차량 연결 부근과 차량 내 화장실에 긴급 신고용 벨이 설치돼 있다. 정차역 간의 거리가 긴 급행열차의 경우 차량 근무자가 수시로 차내를 순찰한다. 멕시코도 지하철 여성 전용칸을 운용하고 있고, 지난해 여성 전용버스도 신설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2년 서울지하철에 여성전용칸을 도입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국내에서도 여성전용칸 운행을 다시 시작하고, 열차 내에 CCTV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성의 안전귀가를 위한 여성전용택시(일명 핑크택시) 도입론도 등장했다.

    서울 지하철수사대 측은 성추행범 검거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대부분의 성추행범은 전동차에 함께 탑승하고 있던 형사들에 의해 현행범으로 잡힌다. 강제추행은 피해자의 신고가 반드시 필요한 친고죄다.

    “형사가 현장을 잡더라도, 피해자가 더 이상 일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습니다.”

    수사대 측은 “112에 문자로라도 신고해주면, 수사대가 다음 역에 출동해 대기하고 있다가 치한을 잡아낼 수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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