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위주로 개발하려던 전북 새만금 지역에 산업·관광·환경 중심의 '명품 복합도시'(가칭)가 들어선다. 또 늦어진 새만금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5대 선도(先導) 사업'이 올해 말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새만금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1991년 새만금 개발의 첫 삽을 뜬 지 18년 만에 정부의 '마스터 플랜'이 나온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새만금에 들어설 복합도시는 이탈리아베네치아네덜란드암스테르담에 뒤지지 않는 국제적인 '물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른쪽)정부가 새만금에 짓기로한 ‘명품 복합도시’의 세 디자인 중 ①방사형.

농지 비율 70%→30%로

종합실천계획에 따르면 새만금 지역의 농지 비율은 종전의 70%에서 30%로 줄었다. 대신 2만8300㏊에 달하는 전체 토지를 ①산업 ②관광·레저 ③국제업무 ④환경·생태 ⑤과학·연구 ⑥신·재생에너지 ⑦농업 ⑧도시 등 8개 용지로 나눴다. 총리실측은 "새만금 토지 면적인 2만8300㏊는 여의도의 33배, 분당의 15배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이라며 "다목적 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새만금 면적의 23.8%(6730㏊)인 중심지역에는 명품 복합도시가 들어설 계획이다.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관광·레저, 국제업무 등에 주로 활용된다. 정부는 이날 복합도시의 디자인으로 ▲방사형(Sha-Ring) 구조 ▲보름달(Full Moon) 구조 ▲삼각주(Delta) 구조 등 3가지를 제시했다. 방사형 구조는 중앙부에 호수가 조성되고 그 둘레에 3개의 도시가 배치된다. 보름달 구조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웨이퍼 모양을 형상화한 의미가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또 삼각주 구조는 "수면 위의 섬들이 삼각형 군락을 형성하는 모양이 될 것"(정부 관계자)이란 설명이다.

총리실측은 "국내외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3가지 중 하나를 올해 안에 확정할 계획"이라며 "새만금의 대표 상품으로 동북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명품 복합도시 구상을 위해 암스테르담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을 시찰하며 해외 사례를 꼼꼼히 수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새만금에 짓기로한 ‘명품 복합도시’의 디자인은 ①방사형(위) ②보름달 ③삼각주 구조 가운데 연말쯤 택일된다.

선도사업 추진으로 사업 지연 걱정 끝?

올 하반기부터 당장 추진할 '5대 선도사업'에는 ▲명품 복합도시 및 산업용지 개발 ▲방조제를 관광명소로 개발 ▲매립토(土) 조달 사업 ▲ '물막이 둑'(방수제) 조기 착공 ▲만경강·동진강 하천종합정비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새만금~고군산군도를 잇는 8.77㎞ 길이의 연륙교 건설 공사가 금년 중 착공된다. 농업 용지 구간을 중심으로 한 물막이 둑(총 연장 56㎞·사업비 1조원) 공사도 연내 시작된다. 만경강·동진강 권역의 137㎞ 구간에 대한 하천 정비는 2011년부터 본격 착수키로 했다. "5대 선도사업이 차근차근 진행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에 '새만금'이 밀려 계속 표류할 것이란 지역 주민들의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물의 도시'로서의 새만금 특성을 살리기 위해 수질 개선 대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농업용수(4급수) 수준이 아니라 뱃놀이가 가능한 3급수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수질 관리체계는 환경부가 주관한다.

아울러 새만금 토지 개발에는 녹색 교통체계 및 신·재생에너지 도입, 자원순환시스템 등 저탄소·녹색개발 기법을 도입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새만금 사업은 정부의 핵심 정책인 4대강 살리기나 녹색 성장과 연계성이 강하고 경제 살리기에도 직·간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재원 문제는 연말 발표"

정부가 이날 전체 사업비 규모나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 등을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올해 말 최종안을 확정한 뒤 돈 문제도 발표할 것"이라며 "전체 사업비는 현재 추정치로 22조원쯤으로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 재정뿐 아니라 민간 투자도 필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청사진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농민 단체들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농지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당초 취지가 퇴색한 것은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89년 새만금개발사업 기본계획이 발표됐을 때는 남북 통일 이후까지 고려한 식량 자급을 목표로 대규모 농지조성 등이 비전으로 제시됐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쌀 자급률이 100%에 가까워지고 환경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총리실 당국자는 "1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2020년에는 새만금이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새만금의 국제 물류기능을 담당할 신항만 건설 여부는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고, 군산 공항 확장은 항공 수요 등을 살펴본 뒤 검토할 예정이라고 정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