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작권법 삼진아웃제와 글로벌 스탠더드

조선일보
  • 안준성·미국변호사
    입력 2009.07.22 23:02 | 수정 2009.07.27 11:08

    안준성·미국변호사

    23일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된다. 저작권법 위반행위로 3회 이상 경고를 받을 경우, 인터넷 접속권과 게시판 이용권이 제한되는 삼진아웃제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6월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이와 비슷한 삼진아웃제 규정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위헌판결의 요지는 네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삼진아웃제는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에서 보장하는 표현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는데, 이 기본권의 범주에 인터넷 접속권이 포함된다. 둘째, 행정기관이 형사처벌의 성격을 띤 제재를 가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 셋째, 의회는 저작권 및 저작 인접권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기관에 인터넷 접속권을 제한하는 권한을 위임할 수 없다. 넷째, 삼진아웃제는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프랑스 인권선언 조항에 위배된다. 의회가 형사사건에서 유죄추정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삼진아웃을 면하기 위해 인터넷 사용자가 무죄를 증명하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은 입증책임이 뒤바뀐 것이다.

    지난 5월 유럽의회는 새로운 EU 통신법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인터넷 접속권을 표현의 자유와 동등한 기본권으로 규정한다. 유럽의회는 사법기관만이 인터넷 접속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는 합의했으나 사법기관의 범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최종결정을 내릴 EU통신장관이사회도 삼진아웃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프랑스법과 국내법의 차이점이 있다. 첫째, 프랑스법은 행정기관에 의한 게시판 서비스 정지조항이 없다. 행정기관은 저작권법 상습위반자의 인터넷 계정만을 정지시킬 수 있다. 게시판 서비스는 법원 판결에 의해서만 정지가 가능하다. 둘째, 프랑스법은 인터넷 통신서비스를 차단하나 인터넷 부가서비스(인터넷전화 및 인터넷TV)의 사용에는 아무런 제재가 없다. 국내법은 해당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이메일 전용계좌를 제외한 나머지 인터넷서비스 이용을 제한한다.

    셋째, 프랑스법은 침해행위의 재발방지 교육에 집중한다. 계정정지 전 1년 이상의 유예기간과 합의절차는 억제효과가 있다. 국내법에는 유예기간이 없기 때문에 첫 경고 후 매일 시간차 공격을 할 경우 10일이면 인터넷 계정을 정지할 수 있다. 게시판 서비스는 13일이면 정지 가능하다. 교육을 통한 억제보다는 신속한 처벌이 우선이다. 넷째, 프랑스법은 선량한 네티즌을 보호하기 위한 면책조항을 포함한다. 정부가 추천한 보안장비를 설치한 경우, 제삼자에 의한 명의도용, 또는 불가항력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면책이 주어진다. 국내법에는 법적 안전장치가 없다.

    국내법과 프랑스법의 공통점도 있다. 입법부가 행정기관에 인터넷 계정정지를 시킬 권한을 위임한다. 프랑스법은 행정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위원장 자격을 판사 또는 사법직무를 가진 자로 제한한다. 유럽의회에서 논의 중인 사법기관의 범주에 들기 위한 것이다. 국내법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저작권위원회를 통해서 계정정지와 게시판 서비스정지명령을 내린다.

    미국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으로 보장받는다. 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법의 절차(Due Process of Law)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적법절차의 원리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 위헌판정이 내려진다. 미국 행정기관은 저작권법 위반 시 인터넷의 접속 또는 게시판 이용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는다.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조체제의 구축을 장려한다.

    인터넷 접속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해 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네티즌의 공정이용(fair use)과 저작권의 보호에 대한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 삼진아웃제의 위헌여부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몫이다. 위헌여부와는 별도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는 정부정책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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