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계 생명보험사인 메트라이프가 시도한 작은 실험이 보험업계에서 화제다. 보험설계사 출신 차태진(44) 지점장을 영업총괄 상무로 전격 발탁했기 때문이다. 차 상무는 약 5000명의 설계사를 관리하는 중책을 맡았다. 설계사 출신이 보험사 영업총괄 사령관까지 올라가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강대 경영학과(86학번)를 졸업한 차 상무가 처음 보험 영업을 접하게 된 건 지난 1995년. 대학 졸업 후 액센츄어와 베인앤컴퍼니 등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던 때였다. 컨설팅 회사에서 5년 정도 일하다 보니 학부 출신이 성공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걸 깨달았고,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우연히 컨설팅 회사에서 보험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보면서 보험업 전망이 매우 밝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 미래를 베팅할 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95년 12월 푸르덴셜생명 설계사로 일하기 시작한 차 상무는 처음엔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보험을 '영업의 꽃'이라고 말하잖아요. 이유가 있어요. 보험 영업은 영업 중에 가장 어렵거든요. 자동차나 냉장고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을 수도 없죠. 미래에 잠재되어 있는 위험을 끄집어 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죠." 그가 시장 개척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소개 마케팅'이었다. 단순히 주소록만 갖고 이메일을 보내거나 빌딩을 위층부터 아래층까지 훑어 내리는 식의 고전적인 방식이 아니라, 기존 고객들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소개받아가는 것이었다. 차 상무는 "세일즈맨이 상위 실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유일한 지름길은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며 "이때 소개를 통해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 가장 판매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 상무는 소개 마케팅에 힘입어 96~98년까지 3년 연속 보험왕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01년 메트라이프로 자리를 옮겼고 지점장으로서도 2년 연속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차 상무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좀처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보험 영업도 많이 위축된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앉아만 있어선 안 된다"며 "향후 위기를 극복해 시장이 좋아질 때에 대비해 경쟁력을 차근차근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 시점에 차별화된 마케팅 방식으로 고객 공략에 나서기 위해 지금은 실력을 갈고닦을 시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