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21번 갈아타고 17시간 46분 '골인'

    입력 : 2009.07.21 03:11

    'Bus·Metro·Walk' 마니아 아주대 전현진씨 유쾌한 도전

    대학생 전현진(26·아주대 4년)씨는 지난 5월 3일 새벽 5시30분 부산 노포동 고속버스터미널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 섰다. '시내버스만 타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하루 안에 주파하기'라는 기발한 목표를 세우고, 막 출발하려는 참이었다. 이를 위해 전씨는 전날 밤 심야고속버스를 타고 자취방이 있는 수원에서 부산까지 내려왔다.

    전씨는 버스·지하철·도보 여행에 열광하는 이른바 'BMW(Bus·Metro· Walk)' 마니아다. 관심 종목은 시내버스. 그는 이날 부산~서울 간 8개 시·도의 시내버스 노선·정류장 이름·출발시각 등을 빽빽하게 적은 A4용지 1장 분량의 일정표를 준비했다. 꼬박 이틀간 전국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 등을 뒤져 만든 표다.

    전씨가 시내버스 여행에 빠진 것은 작년 5월 인터넷에서 "시내버스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행했다"는 여행기를 읽으면서부터다. 그는 곧장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카페 '버스매니아'에 가입했다. 이 카페 회원 5800여명 중에는 버스를 타고 전국 터미널을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고, 승객이 적은 시골 노선만 골라서 타는 사람도 있다.

    부산에서부터 서울까지 시내버스만 21차례 갈아타고 하루 만에 도착한 전현진씨. 전 씨는 “4번째 도전 만에 성공했다”며 활짝 웃었다./강현동 인턴기자(광주대 사진과 1학년)
    그는 "내가 읽은 여행기의 주인공은 일부 구간에서 버스 대신 택시를 탔다"며 "나는 시내버스만으로 완주하기로 마음먹고, 늦게까지 시내버스가 다니는 수도권에 저녁에 도착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부산→서울'로 여행 경로를 바꿨다"고 했다.

    이날 여행은 4차 시도였다. 지난 2월 1차 시도 때는 경북 경주시 아화리에서 영천시로 가는 버스를 놓쳐 반나절 만에 실패했다. 지난 4월에 벌인 2차 시도와 3차 시도 때도 각각 경북 상주시울산에서 차를 놓쳤다. 전씨는 "지방도시 변두리는 배차간격이 띄엄띄엄해 한 번 차를 놓치면 하루 안에 여행을 마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5월 4차 시도에서 전씨는 17시간46분 동안 시내버스만 21차례 갈아탄 끝에 밤 11시16분쯤 종착지인 신논현역 버스 정류장 앞에 내렸다. 차비는 총 3만4860원이 들었다.

    점심 겸 저녁은 충북 보은군에서 청원군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대충 때웠고, 화장실이 급할 때마다 정류장 근처 가게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그는 "종착지에 내렸을 때 나를 환영해준 사람도 없고 이튿날 몸살이 나서 끙끙 앓았지만 '해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와 행복했다"고 했다.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볼 계획입니다.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라 이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여행을 마쳤을 때 밀려오는 성취감이 좋아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도전을 완수하는 근성이라면 아무리 취직하기 어려운 때라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씨의 다음 목표는 해안선을 따라 전국을 시내버스로 일주하는 것이다. 전씨는 "이미 노선과 시간표는 모두 조사해뒀다"며 "1주일간 80번 이상 시내버스를 갈아타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찬웅(44)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버스·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이 나타난 것은 문화적 다양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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