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뭔가를 잃어버린다는 것

조선일보
  • 이주영·2009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자
    입력 2009.07.20 02:51

    이주영·2009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자
    나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곤 하는데,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리면 어김없이 꼭 되찾는 꿈을 꾼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같은 꿈을 매번 어찌나 생생하게 되풀이 꾸는지 며칠 반복하다 보면 그 물건을 정말 잃어버린 건지 나조차 헷갈릴 정도이다.

    대산문화재단의 문학상을 받은 덕분에 지난해 재단이 마련해 준 해외문학기행을 했다. 그런데 그만 프랑스에서 아끼던 모자를 열차에 놓고 내리고 말았다. 이튿날, 잃어버린 모자를 찾고 있다는 포스터까지 그려서 기차역에 버티고 섰더니 당황한 역무원들이 분실물 센터를 수소문해 기적처럼 되찾아줬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귀국하자마자 지하철에서 다시 잃어버렸고 이번에도 모자를 되찾는 꿈에 시달렸다.

    그 뒤로는 아끼는 물건은 꼭 몸에 지니고 다녀야 안심을 하게 됐다. 동네 수퍼를 가거나 찜질방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다 쓴 노트, 동전 컬렉션, 앨범, USB, 심지어 액세서리 등등을 지니고 다녔다. 그 버릇이 오히려 더 큰 낭패를 안겼다.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린 날은 최악이었다. 나름 진지했던 첫사랑과 헤어지곤 하루를 꼬박 울었는데, 가방을 잃고서는 나흘을 울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긴다. 내 경우에는 잃었다는 당장의 박탈감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더 고통스러웠다.

    사람과의 헤어짐에는 그가 떠나버리는, 그래서 내 의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물건을 잃는 것은 순전히 내 불찰로 인한 경우가 많아 아쉬움과 자책이 더 컸다. 그래서 '원래 내 것이었던 것은 없다'는 무소유의 가르침까지 떠올려보았다.

    그나저나 그것들이 누구에게 가든 제발 버림받지 말고 귀하게 쓰여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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