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안좋다" 무더기 전학… 폐교위기 몰린 도심 초교

조선일보
  • 우정식 기자
    입력 2009.07.18 03:04 | 수정 2009.07.18 10:04

    대전 보덕초등학교

    수십억원을 들여 지은 대전의 한 초등학교가 문을 연 지 불과 11년 만에 폐교 위기에 처했다. 시골 학교가 아니라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밀집된 도심 속 학교이다. 여론에 휘둘린 대전시교육청의 근시안적 통학구역 조정과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가 빚은 결과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최근 재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든 유성구 봉산동 보덕초를 내년 2월 말 폐교하는 내용의 '대전시립학교 설치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보덕초는 1998년 9월 문을 열었다. 강당·시청각실 등 시설이 여느 학교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규모도 2005년 3월의 경우 재학생이 총 1501명(39학급)인 제법 큰 학교였다.

    개교한 지 11년만에 폐교 절차를 밟고 있는 대전 유성구 봉산동의 보덕초등학교. “학 습환경이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다./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그러나 같은 해 9월 인근에 신설된 두리초로 학생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거의 3분의 1 수준인 572명(20학급) 규모로 축소됐다. 당시 보덕초 통학구역에 포함됐던 모 아파트 800여가구 입주민들이 "신설된 두리초로 다니게 해주지 않을 경우 등교 거부도 불사하겠다"며 제기한 집단민원을 교육청이 수용한 탓이다. 아파트 주민들이 보덕초 주변에 소득수준이 낮은 단독주택이 많아 "학습환경이 나쁘다"며 보덕초를 꺼린 것이 원인이었다.

    시교육청의 통학구역 조정에 따라 이후 보덕초는 학생 수가 계속 줄어 현재 202명(10학급)인 초미니학교로 전락했다. 반면 인근 두리초는 1730명(50학급)으로 과밀현상을 빚는 학교가 됐다.

    주민 김모(53)씨는 "많은 돈을 들여 지은 멀쩡한 도심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고 "교육 당국이 무책임하게 여론에 떠밀려 다닌 데다 제대로 통학구역을 관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교육청은 뒤늦게 인근 학교에서 보덕초로 전학을 허용했지만 이미 기울어가는 학교로 가려는 희망자가 없어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기수 보덕초 교장은 "지난해 1억원을 들여 시청각실을 새로 단장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학생이 계속 줄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은 "보덕초는 내년에 전체 6학급 규모밖에 안 돼 정상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덕초 학부모의 78%가 '폐교 찬성' 의견을 보여 폐교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학교 선호, 기피 학교에 대한 그릇된 인식 등으로 지난 98년 37학급 규모로 개교한 대전 유성구 봉산동 보덕초가 문을 연지 11년 만에 폐교 위기에 직면했다.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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