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음반 '기현상'...그 씁쓸함

입력 2009.07.17 10:20

1시간만에 뚝딱 만든 '무한도전' 노래들 대박 행진

"원더걸스 '텔미' 음반이 4만8000장 팔렸는데, '무한도전' 음반이 3만장 팔렸다는 건 사실 믿기 힘드네요."

기현상(奇現象). 어떤 이들은 "비정상"이라고도 한다. MBC TV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 팀이 지난 11일 방송에서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란 이름으로 발표한 노래 8곡이 음원차트를 휩쓴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MBC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MBC티숍'에서 주문받은 앨범 수는 3만장. 16일 온라인음원사이트 '벅스뮤직' 실시간 다운로드 순위를 살펴봐도 놀랍다. 10위 안에 든 이들 노래는 무려 6곡이다. 음원사이트 '도시락' '멜론' 등에선 한때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부터 8위가 모두 무한도전 팀 노래로 채워지는 '이변'을 빚기도 했다.

▲ 11일 방송한 MBC TV' 무한도전'의'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이날 유재석ㆍ정준하 등이 가수들과 함께 부른 노래 8곡이 음원차트를 장악했다./MBC 제공 1위를 달리고 있는 노래는 '냉면'. 박명수와 제시카(소녀시대)가 함께 불렀다. 가사는 이런 식이다. '널 보면 너무나 차디차 몸이 떨려 냉면, 질겨도 너무 질겨, 냉면....'

정준하ㆍ윤종신ㆍ애프터스쿨이 '애프터쉐이빙'이란 팀 이름으로 부르는 노래 '영계백숙'은 '영계백숙 워어어어 그의 튼튼한 다리를 믿어 그의 거친 피부를 믿어 거만하게 꼬은 다리를 믿어 속이 꽉 찬 그의 배를 믿어 그 누구보다 진국이라네' 같은 내용으로 채워졌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이 앨범의 성공을 보면서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는 "TV 연예오락프로그램에서 연달아 홍보해주고, 포털에서 며칠 동안 끊임없이 인기검색어로 올려만 주면 앨범 하나 히트시키는 건 일도 아니구나 싶다"며 "차곡차곡 단단하게 음악을 만들고 싶어하는 음악 관계자들에게 이건 일종의 '쓰나미' 같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 음악 관계자는 "음반의 흥행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건 얼마나 공들여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인기 있는 연예 프로그램에 노출되느냐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효리ㆍ원투 등의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 이트라이브(E-TRIBE)는 그러나 "인기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가수들을 적극 영입하고, 그들에게 맞는 가볍고 경쾌한 노래를 효과적으로 만든 결과"라며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이 원하는 코드를 적절하게 취합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무한도전 팀과 가수들이 각 곡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시간. 노래 '냉면'은 작곡ㆍ작사하는 데 다 합쳐 30분, 녹음엔 1시간30분이 걸렸다. 편곡엔 따로 이틀이 걸렸다. 총 앨범 전체 제작기간은 모두 합쳐도 열흘이 안 되는 셈이다. 김동률ㆍ윤상 같은 가수들이 음반 하나를 만들 때 걸리는 기간은 2~3개월이다. 무한도전 음반, 씁쓸하게 '효율적'인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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