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강간과의 전쟁' 나선 콩고민주공화국

입력 2009.07.17 04:06 | 수정 2009.07.17 16:37

그녀들은 언제 눈물을 멈출까
연 1만3000건… 전쟁보다 잔인한 성폭행
<이 기사는 주간조선 2064호에 게재되었습니다.>

한 해에 최소 수천 명의 여성이 강간을 당하는 콩고민주공화국. 1992년부터 17년이나 계속돼온 종족 간 분쟁과 인접 르완다에서 도망온 후투족 반군, 그리고 콩고의 투치족 반군 간 전쟁으로 인해 항상 내전에 시달리는 나라다. 그러다보니 성폭력 가해자, 즉 강간범에 대한 처벌은 극히 미약하다. 거의 무법천지나 다름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 아직도 밀림에 반군이 숨어있는 동북부의 노르드키부와 쉬드키부 지역에서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군사 및 일반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성 및 아동문제 전담 경찰’이 피해자가 신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강간 용의자를 체포하는 등 진전을 보이고 있다.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로 지붕 밑으로 몸을 피한 고마 형무소 수감자들. 총 700여명의 수감자 중엔 맨 오른쪽 사내를 포함해 약 30명의 군인 및 민간인 강간 용의자들이 포함돼 있다.
마시시 지역의 키창가 마을에 사는 20살 마펜도는 2년 전 두 명의 르완다계 반군으로부터 강간을 당해 아이를 낳았다. 임신 초기 마펜도를 집에서 내쫓았던 아버지는 상담자들의 설득으로 마펜도를 다시 받아들였다. 그녀는 이제 초등학생들에게 산수를 가르치며 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월, 콩고 동북부의 키창가 마을의 성폭력 피해여성 센터에 모인 성폭력 피해자들의 모습. 성폭력을 당하면 이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뒤 보건소로 가거나 상태가 심각한 경우 고마에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겨지게 된다.
고마의 한 과도기 센터에서 만난 무사비마나(34)와 펜데자(8) 모녀. 이 모녀는 올해 2월 마시시의 한 마을에서 콩고의 투치족 반군들에 의해 하루건너 강간을 당했다고 한다. 무사비마나의 남편은 강간사건 후 이 모녀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스웨덴 NGO인 ‘호프 인 액션’에서 운영하는 고마의 센터에서 만난 12세 소녀 아지자 역시 성폭력 피해자라고 한다. 콩고에서는 17세 이하 미성년자들의 피해가 전체 성폭력 피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쉬드키부주의 부카부시에 위치한 ‘여성 및 아동 경찰서’에 13세 성폭력 피해자(가운데)가 삼촌(오른쪽)과 함께 찾아왔다. 이 소녀는 또다른 삼촌으로부터 강간을 당해 임신을 했으며, 소변이 새어나오는 ‘피스툴라’ 현상을 겪고 있었다. 이 소녀는 잠시 후 부카부에 있는 ‘판지’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카부의 ‘여성 및 아동 경찰서’ 소속 사복 경찰(오른쪽)이 13세 소녀와 그 어머니의 신고로 발부된 체포영장을 보여준 뒤 강간 용의자를 체포하고 있다. 용의자를 체포할 때는 그가 도망갈 것을 우려, 제복이 아닌 사복 차림으로 출동한다. ‘여성 및 아동 경찰서’에 따르면 체포시 필요한 경찰 차량이 없어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차량을 제공받고 있다. 즉 용의자가 경찰서로부터 먼 거리에 있거나 피해자 가족이 교통편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용의자 체포는 불가능한 것이다.

지난 4월, 쉬드키부주의 주도(州都)인 부카부 시내에 있는 ‘여성 및 아동 경찰서’로 가보았다. 하루 평균 3명의 강간 피해자가 가족과 함께 경찰서로 찾아와 신고한다고 했다. 상당수는 민간인에 의한 것이고 대개 면식범의 소행이라고 한다. 경찰관들은 신고서를 접수한 뒤 체포영장을 들고 용의자를 체포하러 출동했다. 용의자가 도주할 것을 우려, 사복을 입고 나간다. 체포된 용의자는 경찰서에서 조사 받은 뒤 구치소에 수감됐다.
노르드키부주의 고마시에서도 성폭력에 대한 재판이 이뤄지고 있었다. 시내 중심에 있는 콩고군 본부에서는 거의 매일 군사재판이 열린다. 이 중 상당수가 성폭력 건이다. 피의자들의 신분은 다양하다. 콩고 정규군, 경찰관, 그리고 콩고군에 흡수된 투치족 반군 출신이다.

피의자들은 거의가 결백하다고 주장하는데 판사는 ‘어째서 출두해서 진술할 때마다 내용이 달라지냐’며 호통을 쳤다. 고마의 중앙형무소에는 700여명이 수감돼 있다. 이 가운데 30명가량이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강간범이다.

유엔인구조사국 통계(2007년)에 따르면 콩고에서의 성폭력 발생 건수는 한 해 1만3247건, 하루 평균 36건이었다. 근 20년간 진행된 내전 상황을 감안하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수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강간사건 수사에서는 유전자검사(DNA 테스트)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이곳에선 병원에서 주는 간단한 진단서, 피해자의 증언, 그리고 목격자 증언 정도에 의존할 뿐이다. 피해자 측이나 경찰이 범죄를 ‘입증’하기가 그리 수월치 않다.

하지만 이들 지역 법무부와 군사법정 등에서는 이런 열악한 상황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성폭력 척결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국제사회와 구호단체의 노력도 콩고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번 취재는 콩고 정보부(Ministry of Information)에서 발부한 기자증, 유엔 콩고 미션(MONUC) 기자증, 노르드키부주 법무부(Ministry of Justice in Nord Kivu), 그리고 콩고 중앙형무소 소장의 허가를 받아 이뤄졌다.

고마의 콩고 국군본부에서 열린 군사법정. 이날 성폭력 범죄에 대한 재판도 상당수 이루어졌다.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한 카웸베 키자(왼쪽)는 13세 소녀를 강간한 혐의를, 하비마나 펠릭스(가운데)는 21세 약혼녀를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통 성폭력 건은 유죄가 인정되면 5년에서 15년 구형에 처해진다.
지난 4월 중순, 부활주일을 맞아 고마 중앙 형무소 내에서 세례식이 거행됐다. 이날 총 27명의 수감자들이 세례를 받았으며, 강간 혐의로 수감된 22살 바하티 바세메(가운데)도 이 중 한 명이었다. 감옥 관계자들은 수감자들의 교화를 위해 매일 아침 기도회 및 여러 기독교 의식을 행한다.
성폭력 피해자들과 아이들이 키창가에 있는 과도기센터 마룻바닥에서 새우잠을 청하고 있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10여명의 강간 피해자가 몰려드는데 침대는 15개밖에 없다.
고마 중앙 형무소에서 복역 중인 수감자들이 형무소 바로 옆에서 열리는 민간인 법정에 서기 위해 줄을 지어 입장하고 있다. 이들 중 세 명이 강간 용의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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