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수록 비틀거리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해명

조선일보
입력 2009.07.13 23:38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에 관해 해명한 내용은 아무리 봐도 명쾌하지가 않다. 천 후보자와 관련해서는 올 3월 그가 구입한 28억7500만원짜리 서울 신사동 아파트 구입자금의 출처와, 천 후보자 부인이 천 후보자와 오래 알고 지냈다는 인테리어 업자가 리스해준 고급 승용차를 무상으로 타고 다닌 것 아니냐는 두 가지 의혹이 제기돼 있다.

천 후보자는 신사동 아파트 구입자금의 경우 전에 살던 서울 잠원동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건설업자 박모씨에게서 15억5000만원을 빌렸고 동생에게서 5억원, 처형에게서 3억원을 더 융통해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잠원동 아파트는 후보 내정 직후에야 시세보다 싼 13억원에 팔았다는 것이다. 그는 건설업자에게는 연 4% 이자를 주기로 했고, 동생·처형에게선 무이자로 빌렸다고 했다.

도대체 건설업자가 무슨 연유로 은행보다 낮은 이자로 천 후보자에게 15억5000만원이나 빌려줬고, 천 후보자는 그걸 무슨 수로 갚으려 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또 천 후보자에게 5억원을 빌려줬다는 동생은 서울 구로구에 7000만원 근저당이 설정된 84.5㎡(26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5억원을 어디서 마련해 형에게 빌려줬고 아파트 구입에 따른 취득·등록세 8000만원까지 대신 납부할 수 있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서 천 후보자는 딱 떨어지는 해명을 하지 못했다. "돈을 빌리는 입장에서 동생의 형편에 대해 물어볼 수 없었다"는 대답만 했다.

천 후보자는 자신의 부인이 인테리어 업자가 리스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인테리어 업자의 아들이 유학을 떠나면서 리스를 승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의 차에는 강남 모 백화점 VIP 고객만 사용하는 주차카드가 붙어 있었던 사실이 언론 보도로 공개됐다. 더구나 인테리어 업자의 아들이 중국에 머물던 작년 12월 문제의 차가 서울 청담동에서 신호위반 범칙금을 부과받았다고 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몰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청문회를 보면서 가장 당혹해했을 것은 전국의 검사들이었을 것이다. 검찰은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이 내놓는 변명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어 혐의를 입증하는 사람들이다. 자기들 조직의 수장(首長) 후보자가 국회의원들의 추궁에 쩔쩔매는 것을 보면서 자존심이 상했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검사들은 뇌물 받은 혐의를 받는 공직자가 "그 돈은 업자에게서 빌린 것일 뿐 부정한 돈은 아니다"라고 해명한다면 "아~ 그렇습니까. 다들 그렇게 하는 게 상식 아닙니까" 하고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주억거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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