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아무도 말하지 않는 진짜 이유

  • 이민진 재미작가

    입력 : 2009.07.13 23:42

    "국가적 문제인 저출산이 사교육비 때문이라고?
    아니다, 돈 때문은 아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이방인처럼 되고 있다는 슬픈 징후다"

    이민진 재미작가
    며칠 전 친구 집에서 저녁 모임이 있었다. 그 자리에는 생후 7주 된 갓난아기를 데려온 부부가 있었다. 홀린 듯 아기를 바라보자, 아기 아버지가 내게 아기를 안겨주었다. 그 가냘프고 무구한 생명을 안았을 때의 느낌이란! 아기의 머리카락은 꽃처럼 부드러웠고 갓 구운 토스트같이 고소했다.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우리는 새로 부모가 된 부부에게 입을 모아 말했다. "두 분 다 똑똑하고 잘생겼어요. 애기 좀 더 낳으세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출산율이 제일 낮은 나라라고 한다. 이처럼 초(超)저출산이 계속되면 몇백 년 안 가서 한국인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데, 나는 그보다 먼저 한국 사회의 노령화가 걱정된다. '나이 든' 한국은 생산력이 떨어지고 세원(稅源)도 줄어들게 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문제는 '문제의 원인'에 대한 분석도 해법도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저출산의 이유를 여성의 고학력화와 만혼, 직업 활동에서 찾는다. 진보주의자들은 정부의 지원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며 여성에게 부담을 주는 가사 노동의 성별 분업, 일하는 여성을 위한 기업의 지원 부족을 문제 삼는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온 나라가 저출산의 원인으로 동의하는 것은 사교육 부담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정말 학원비야말로 무엇보다 효과적인 '피임약'이란 말인가?

    어쨌거나, 저출산 대책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세금 우대, 아버지의 출산 휴가, 이민 유입 장려, 값싸고 질 좋은 보육 시설, 그리고 심지어 '현금'으로 주는 출산 장려금…. 물론 이들은 해볼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런 원인 분석과 처방을 보면서 나는 한국 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소설가로서 내 임무는 인간의 동기(動機)를 탐구하고 드러내는 것이다. 바로 거기서 나는 경제학자나 사회학자와 구별된다. 물론 내가 그래프를 끔찍하게 여긴다는 점도 포함되지만.

    내가 하는 일은 과학이 아니다. 나는 관찰하고 질문하고 추측할 뿐이다.

    자, 그 결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한국 사람들이 점점 더 아이를 낳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돈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출산 이유가 교육비 부담 때문이라고 말할 때, 이것은 공적인 논쟁거리가 된다. 하지만 정말 개인적으로는 그 이상의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바로 '가족'에 대한 우리의 양가 감정이다. 기쁨과 보람이 있는가 하면, 희생에 대한 억울함과 보답에 대한 부담이 엇갈리는 것 아닐까.

    우리가 어떤 물건이 너무 비싸다고 말하는 것은 그 물건이 과도하게 평가되어 있으며, 투자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 그 물건의 가치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왜 롤렉스 시계를 사는지, 또 왜 샤넬 정장을 사는지 물어보라. 아니면, 5000원이면 충분히 한 끼 배를 채울 수 있는데 왜 1인분에 10만원짜리 정식을 먹는지 물어보라. 사람들은 가슴속에서, 마음속에서 가치를 동의할 때 물건값을 치른다. 아이들 키우는 비용이 언제부터 고가의 가격표를 단 무거운 짐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과잉 비용으로 생각되기 시작했을까?

    자녀 교육을 위해서 쓰는 돈과 아이의 성공이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사교육비는 아이의 공부를 돕기 위한 것인 한편, 분명히 부모의 걱정을 덜기 위해 별도로 쓰이는 비용이다. 우리는 그 비용이 값을 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이들이 공부를 거부하거나, 시험에 떨어지거나, 부모 친구들이 별로 쳐주지도 않는 대학에 들어가는 일이 언제나 일어난다. 그땐 부모의 투자가 다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그땐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끔찍하게 실망하고 부모의 과잉 기대에 분노하지 않을까? 출산율이 왜 그리 낮은지, 내 추측은 이렇다. 오늘날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 자녀는 서로에게 만족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가족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닐까?

    한국은 잿더미에서 일어섰다. 놀랍게도 가파른 성장을 통해 한국은 부유한 국가로 발전했지만, 우리 가슴과 마음은 외형 변화에만 사로잡힌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최근 들어, 우리 부모와 자녀 세대는 마치 이방인처럼 서로를 낯설게 여긴다. 그것이 가족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또 우리 자신의 가족을 꾸리려고 결정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저출산 현상이 보여준다. 부모-자식이 된다는 게 우리에게 정말 무엇인지, 우리가 가족의 뿌리를 어떻게 느끼는지를 묻기 전에는 한국의 낮은 출산율이 변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더 많은 아이들을 안아보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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