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로 본 SM엔터테인먼트의 문제점

  •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2009.07.12 19:27 | 수정 2009.07.12 19:46

    이문원의 문화비평

    여성 아이들(idol) 그룹 ‘소녀시대’의 신곡 ‘소원을 말해봐’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음원이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후발주자에 밀리고 있다. 12일 현재 ‘소원을 말해봐’는 엠넷, 멜론, 벅스, 도시락, 뮤즈 등 대표적 음원차트에서 모두 2NE1 신곡 ‘아이 돈트 케어(I Don't Care)’에 뒤졌다. 2개월 간 차트 1위를 독식했던 ‘지(Gee)’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고 ‘소녀시대 추락’ 따윌 이야길 할 시점은 아니다. 소녀시대는 여전히 스타성 면에서 한국 아이들 그룹 중 최정상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소원을 말해봐’를 둘러싸고 벌어진 몇몇 상황들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소녀시대 차원 이야기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소녀시대를 배출한 SM엔터테인먼트의 전반적 방향성을 검토해볼 기회를 마련해준다.

    먼저 ‘루머’다. 이번 신곡을 발표하면서는 크게 ‘안 입었어?’ 소동과 ‘제시카 욕설’ 파문이 일었다. 모두 공개방송 녹화 과정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통해 유포된 루머다. 사실 이 정도 루머는 일종의 촌극 수준이다. 대중이 즐기고 넘어갈 수 있는 해프닝이다.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내주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도, 아니 데뷔 시점부터 시작해 끊이지 않고 벌이지고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수많은 여성 아이들 중 유독 소녀시대에 이런 일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정도 면에 있어서는 다른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인 것이 많았지만, 양적 측면에서는 단연 소녀시대의 ‘압승’이다. 노이즈 마케팅도 쌓이기 시작하면 그저 노이즈가 돼버린다. 마케팅이 안 된다.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쉽게는, 당장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이들이어서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SM 아이들의 고질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SM이 계속해서 고집하고 있는 ‘착한 아이’ 콘셉트 탓이다.

    SM은 지금껏 ‘반항아’ 캐릭터를 만들어낸 적이 없다. 무대의상이나 가사는 파격적인 것들이 있을지언정, 사생활 노출면에서는 꾸준히 ‘착한 아이’로만 콘셉트를 잡아 밀고 나갔다. 여기서 빗나가는 스캔들은 재빨리 막았다. 물론 ‘착한 아이’는 가장 통용되기 쉬운 콘셉트다. 그야말로 ‘일반 대중’용이다. 딱히 개성이 드러나기 힘들어 압점논리에서 불리한 점은 있지만, 그런 부분은 SM의 힘과 영향력에 의해 커버된다. 아무리 악조건이 쌓여도 시장진입에는 가장 수월한 것이 SM 아이들이다.

    그러나 ‘착한 아이’는 가장 위험한 콘셉트이기도 하다. 일단, 표적이 되기 쉽다. 도덕적 순결성을 캐치프레이즈로 삼는 정치인이 표적이 되기 쉬운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작은 루머도 ‘착한 아이’에게는 크게 적용된다. 배신감을 심하게 느끼게 된다. ‘성녀’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로 ‘착한 아이’ 이미지를 강조했던 아이비가 스캔들 하나로 거침없이 추락했던 것이 한 예다. 같은 군복무 회피도 ‘착한 아이’ 유승준을 만나니 입국금지 조치까지 나왔다.

    물론 워낙 SM 측 관리가 철저하다보니 루머도 유치한 것들만 터진다는 게 그나마 안심이긴 하다. 그러나 ‘나쁜 아이’의 루머는 그때그때 떴다가 바로 소진되는 소모형이다. 반면, ‘착한 아이’의 루머는 아무리 작은 것들이라도 누적돼 뭉쳐진다. 소녀시대도 벌써 그런 효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무조건 착한 아이’ 노선에 제동을 걸어야 할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또 다른 ‘소원을 말해봐’ 사건은 ‘표절 아닌 표절논란’이다. 우즈벡 출신의 한 여가수가 ‘소원을 말해봐’와 거의 똑같은 자신의 곡을 인터넷에 올리자 일어난 소동이다. 결국 소동은 해외 음악출판사 유니버설 뮤직퍼블리싱 그룹으로부터 제대로 판권을 얻어낸 SM 측이 해당 가수에게 멜로디 무단사용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얼핏 보면 그저 해프닝으로만 보인다. 그러나 이는 SM 측의 이상스런 강박관념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뭔가 음악 분위기를 바꾼다거나 퀄리티 강화를 시도하려 할 때, 유독 외국 작곡가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다. 그러다보니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이런 일은 SM 내에서 연속으로 벌어져왔다. 지난 1월에는 슈퍼주니어의 ‘유(U)’를 스페인 가수 아드리엘이 표절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그러나 ‘유’는 스웨덴 작곡가 켄 잉베르센과 케빈 심이 작곡한 외국곡이다. SM 측은 곡의 아시아 지역 음원 사용권한만 갖고 있었다. 유럽 지역에서 다른 가수가 불러도 어쩔 수 없다.

    이 같은 사태의 ‘원조’ 역시 SM이다. 지난해 동방신기의 ‘주문-미로틱’ 사건이다. 해외 작곡가 레미&트롤센의 곡을 산 것이지만, 이른바 ‘더블판권’으로 같은 곡이 독일 가수 사라 코너에게도 갔다. 표절도 뭣도 아니었다. 이런 식의 사고가 터지면, 해프닝을 떠나 대중적 인식이 극히 안 좋아진다. 속된 말로 ‘물건 떼다 파는 소매상’ 이미지가 박힌다. 또한 아무리 단단한 팬층이라도 신곡에 대해 김이 새게 된다. ‘신상품’이 주는 신비감이 사라지고 돌고 돌다 돌아온 재래시장 할인상품 이미지가 서린다.

    외국곡에 의존하다보면 ‘작곡가 마케팅’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음악의 독창적 변화를 시도할 때 국내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에게 작곡을 맡기면 메인스트림-인디 간 협력 자체를 홍보할 수 있게 된다. 일본에서 인디 뮤지션 나카타 야스타카와 대형기획사 아뮤즈 간 협력체계가 이런 효과를 냈다. ‘아이들 음악의 고정관념 타파’ 이슈가 된다. 반면 외국곡 사용은 사대주의적 이미지만 생겨 환멸감이 일게 된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부분은 결국 ‘소원을 말해봐’가 ‘예상만큼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소원을 말해봐’는 상당히 세련된 멜로딕 트랜스 곡이다. 완성도도 높고 원류에 충실했다. 음원이 공개되자 몇몇 일렉트로니카 팬들은 ‘이 곡으로 인해 주류음악 형태가 힙합에서 일렉트로니카로 넘어올 것’이라는 예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한국 대중의 기존 취향에 잘 맞는 흑인음악 계열의 2NE1이 다시 치고 들어왔다.

    이유는 뭘까. 위 두 가지 문제점이 합산돼 나온 결과다. 기획사 제조 ‘착한 아이’에게는 이른바 ‘카리스마’가 없다. 새로운 음악형태를 선도적으로 밀고나갈 수 있을만한 ‘포장’이 못 된다. ‘나쁜 아이’ 빅뱅이 시부야계 일렉트로니카를 정착시킨 것과 비교해볼 만하다. 해외 작곡가 곡 의존도 마찬가지다. 그런 식으로는 ‘이제 이런 게 새로운 주류음악 형태’라며 치고나갈 명분이 안 선다. 서태지식 ‘우리도 할 수 있다’ 콘셉트가 안 선다.

    결국 지금 상태로 SM 아이들은 이미 다져진 시장에서 파이를 부풀려 먹는 방식 외에는 택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거나, 선도적 위치를 구상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소녀시대 행보부터가 그렇다. 대중에게 익숙한 기존 곡의 리메이크, 원더걸스 등에 의해 이미 유행으로 자리 잡은 강한 중독성 튠 댄스곡이 나올 때에만 폭발력이 생긴다.

    ‘남이 먼저 시도해 터전을 잡은 것’만 차지할 수 있다. 앞으로는 2NE1 풍이라도 따라잡아야 위상이 보전된다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대기업 방식’이다. 그러나 아이들 산업도 결국은 ‘음악’을 파는 일이다. 이런 과정으로부터 스타성이 확립된다. SM은 현재 핵심 콘텐츠인 ‘음악’에는 경쟁력이 없다. 이를 영업하는 방식에만 경쟁력이 있다. 최악의 대기업 구조가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중문화산업은 여타 산업과 크게 다르다. ‘선점’ ‘선도’의 이미지 파워가 워낙 막강하다. 영업방식 강화만으로는 산업속성인 ‘이미지 전략’ 면에서 계속 뒤처지게 된다.

    SM은 지난 십여 년 간 한국 대중음악계의 산업적 중심축 역할을 맡아온 기획사다. SM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은, 한국 대중음악산업 자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이들 산업도 전략만 잘 짜면 대중음악계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다. 흐름을 만들 수 있다. 한국 대중음악계 전체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SM 측은 문제점을 안일하게 방치시키지 말고, 원인부터 정확히 해결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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