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남자 출입금지!' 레즈비언 카페의 밤 그곳에선 어떤 일이…

입력 2009.07.07 12:37

<이 기사는 주간조선 2063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레즈비언들은 게이와 달리 활동 영역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게이는 종로3가나 이태원 등에서 주로 모인다고 알려진 반면, 레즈비언 커뮤니티는 유명한 특정 장소가 없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서울 홍대역 근처에 레즈비언들만 출입할 수 있는 ‘전용 클럽’ 4~5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현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클럽에서 나와 어딘가로 향하는 레즈비언들.


00:00
100여명 여성 쌍쌍이… 예약 안하면 자리 없어

홍대앞 일반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P홀은 유난히 핑크색 간판이 눈에 띄었다. 계단을 따라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입구에서 여직원들이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뒤 손목에 핑크색 종이 끈을 묶어줬다. P홀 입장표다.

P홀의 입장료는 1만원이다. 보통 오후 9시부터 예약을 받는데 예약을 안 한 사람은 좌석 없이 서서 즐겨야 한다. 예약을 한 이들은 ‘VIP룸’이라고 불리는 7~8개의 3인용 하얀 가죽 소재 소파에 앉을 수 있다.

자정이 넘었지만 500㎡(150평) 남짓한 클럽엔 약 100명의 여성들이 가득했다. 클럽 정중앙엔 춤을 추는 스테이지가 있었고, 한쪽 벽엔 매트리스 여러 개를 나란히 놓은 5~6m 크기의 하얀 ‘침대’도 있었다. 침대 위엔 6~7명의 여성들이 눕거나 앉아 애정을 나누고 있었다.

그녀들 틈에서 남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20대 후반에 긴 파마머리를 한 여자 주인에게 물었다. “남자는 입장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주인이 “당연히 입장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짧은 커트머리에 스키니진을 입은 ‘여자’였다. 원래 사이즈보다 한 치수 큰 헐렁한 셔츠를 입고 있었고, 압박붕대를 감았는지 가슴의 볼륨이 전혀 없었다.

주인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처럼 입은 레즈비언을 남자 역할을 하는 ‘부치(butch)’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여성 역할을 하는 레즈비언은 ‘팸(femme)’이라고 불렀다.


01:00 “한눈에 반했어요” 합석 요구

스테이지 옆 바(BAR)에서 콜라 한 잔을 시키는데 한 여성이 다가왔다. 160㎝ 정도 키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낀 짧은 커트 머리의 젊은 여자였다. 그는 자신을 H여대 체육학과에 다니는 김모(20)씨라고 소개했다. 휴대전화 번호를 주고 김씨가 친구들 4~5명이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바로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김씨는 “한눈에 반했어요” “애인 있어요?” “연하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의 문자를 5~6통씩 보냈다.

그들의 자리에 다가가자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앞다퉈 자리를 내줬다. “함께 있던 친구들은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인터넷 레즈비언 클럽에서 만난 친구들인데, 모두 여자친구가 있다”며 “애인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어요?”라며 웃었다.


02:00 요란한 음악에 열기 후끈… 몇몇 커플은 모텔로

레즈비언 전용 ‘S 클럽’ 모습.

가수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가 흘러 나오자 날카로운 여자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춤을 추며 노골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는 커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자의 무릎 위에 여자가 앉아 귓속말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 온 몸을 비비며 춤추는 모습, 한 손에는 맥주병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애인의 허리에 둘러 가벼운 입맞춤을 하는 모습 등 여느 홍대 클럽과 다를 게 없었다.

담배 냄새와 더운 공기가 가득한 클럽을 잠시 빠져 나왔다. 옆을 지나던 한 쌍의 여성 커플이 말했다. “우리… 갈까?” “그래, 현금 뽑아서 가자. 저번에 간 △△모텔은 신용카드가 안됐잖아.” 그들은 곧 클럽 뒤쪽 골목으로 사라졌다.

술에 잔뜩 취해 출입문 벽에 기대어 진한 스킨십을 나누는 커플도 있었다. 10분 전까지 스테이지 위에서 격렬하게 춤을 추던 20대 흑인 여성과 한국 여성 커플이었다. 그들도 서로 허리에 손을 얹고 다정하게 뭔가를 속삭인 뒤 클럽 뒤 주택가 골목길로 사라졌다.

김씨에게 ‘원나이트(one night·클럽에서 만난 커플이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것)’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아까 같이 있었던 친구들도 다들 짝 지어 모텔에 갔다”며 “남자랑 성관계를 맺는 건 왠지 더러워 보이고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씨와 헤어진 뒤 다시 클럽으로 들어갔다. 또 다른 여성이 다가왔다. 167㎝ 정도 키에 편안한 캐주얼 복장인 그는 반달 눈웃음과 발그레한 볼을 가진 전형적인 미인이었다. 손을 붙잡고 화장실로 간 그는 모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고모(24)씨라고 했다. 그의 친구 2명도 화장실로 들어왔다. 그들은  “언니가 여기에서 제일 예뻐요!” “아까부터 이 친구가 계속 언니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알아챘나요?”라며 ‘바람’을 넣었다.


03:00 “부모님은 아시냐고? 알면 기절하죠!”

고씨의 친구들이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자고 권해 P홀을 빠져 나왔다. 그들과 함께 간 곳은 ‘M바’라는 레즈비언 전용 바였다. 역시 지하에 위치한 M바엔 바테이블과 12개의 테이블이 있어 50여명 정도면 꽉 차는 규모였다. 새벽이었지만 절반 정도 자리가 차 있었다.

언니와 남동생이 있다는 고씨는 “언니만 이성애자고, 나와 동생은 동성애자”라고 말했다. 부모님은 자기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엄마가 알면 기절하신다”며 “부모님께는 그냥 ‘결혼할 마음이 없다’는 말로 내 성 정체성을 밝혔다”며 웃었다.

고씨는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것은 취향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평생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과정”이라고 했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상관 없이, 이 문제는 사람들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니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04:00 직원도 거의 여성… 매주 하루는 게이 친구 초대의 날

홍대앞의 또 다른 레즈비언 전용 클럽인 S클럽에 도착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이곳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게이’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특별한 밤이 열린다고 해서 유명한 곳이다. 입장료 1만원을 내고 들어서자 ‘미소년’처럼 잘생긴 30대 여자 사장이 반갑게 맞았다.

노랗게 염색한 파마머리에 얼굴이 흰 아르바이트 직원이 서 있는 바테이블에 앉았다. 그는 클럽이 개업한 지난 2월부터 일한 김모(여·20)씨라고 했다. 그는 “‘레즈비언 커뮤니티’ 사이트의 광고 게시글을 보고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바이섹슈얼(양성애자)’이라고 했다. 김씨는 고등학교 때 처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고2 때 한 여자 후배를 만나게 됐고, 제가 먼저 사귀자고 고백해서 1년 정도 사귀었어요. 하지만 이 사실을 담임선생님이 알고 ‘계속 이렇게 붙어 다니면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경고했죠. 애인이 너무 힘들어해서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남자와도 사귀었다. 지금은 애인이 없다고 했다.


05:20 레즈비언 직원 다가오더니 “연락처 좀…”

새벽 5시가 되자 클럽에 있던 손님들도 퇴장하기 시작했다. 한 20대 손님이 여직원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묻자, 직원은 넉살 좋게 “다음에 오시면 더 잘해드릴게요” 하고 거절했다.

눈이 유달리 크고 붙임성이 좋았던 한 직원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원래 연락처랑 이름은 물어서도 답해서도 안 되는데… 그냥 첫인상이 좋아서요”하며 전화번호를 물었다. “다음에 와서 또 인사할게요”라고 거절하고 S클럽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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