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조국 무관심에 조국 떠났던 그녀 "연평해전 용사들 얘기 들려주고파…"

조선일보
  • 채민기 기자
    입력 2009.07.02 04:56 | 수정 2013.01.02 16:14

    고(故)한상국 중사 부인 김종선씨 전쟁기념관 안내원으로
    "늦게나마 정부 관심 감사 고속정 '참수리 357' 선체
    더 많은 사람 볼 수 있게전쟁기념관에 옮겼으면…"

    지난 2002년 2차 연평해전에서 숨진 고(故)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35)씨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하게 됐다. 3일로 예정된 면접을 거쳐 채용이 최종 결정되면 김씨는 오는 7일부터 전쟁기념관 코디네이터로 일할 예정이다. '코디네이터'는 기념관을 찾은 관람객들을 안내하고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을 뜻한다.

    "이 일을 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2차 연평해전이 점점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거든요. 전쟁기념관의 전시물은 6·25전쟁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7년 전 겪었던 해전과 장병들의 희생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습니다."

    한·일 월드컵 결승전 하루 전날인 지난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쯤. 북한 경비정이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했다. 경고방송을 하기 위해 북한 경비정에 접근하던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은 기습 선제사격을 받고 침몰했다. 선제사격을 하지 못하게 한 교전수칙 때문에 당시 해군은 북한의 도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 전투로 김씨의 남편 한상국 중사 등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지난 2007년 10월 2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시의 한국전 기념 동상 앞에서 고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오른쪽)씨가 동상 건립위원장 프란시스 캐롤씨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편을 잃고 충격에 빠진 김씨에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장병들의 영결식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기념식 역시 정부가 아닌 해군 2함대 주관으로 열렸다.

    절망에 빠진 김씨는 남편이 목숨을 바쳐 지키려 했던 대한민국을 떠났다. 2005년 4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나라가 홀대한다"며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분들인데 마치 죄인 취급을 받는 것만 같아 한국에 살 수가 없었어요.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군인들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가 계속된다면 과연 어느 병사가 전쟁터에서 목숨을 던지겠습니까?"

    김씨는 미국에서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하며 힘들게 지냈다. 그러나 이역만리에서 김씨는 남편의 희생을 위로해 주는 이들을 만났다.

    "미국에서 열린 연평해전 추모행사에 참석하면 미군 한국전 참전용사회의 워런 위드한(Wiedhahn) 사무총장 등이 '남편은 조국을 위해 희생한 용감한 사람이다'라고 격려해 줬어요. 남편이 목숨까지 바쳐 지킨 조국에서는 듣기 어려웠던 말인데 미국까지 와서 듣게 되니 위안이 많이 되고 너무나 감사했어요."

    지난해 6월 29일 열린‘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참석한 고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 선(오른쪽에서 두 번째)씨가 미국 한국전추모협회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씨는 오는 7일부터 전쟁기념관 코디네이터로 일할 예정이다.

    지난해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해군 2함대 주관으로 열리던 2차 연평해전 기념식을 정부 주관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교전(交戰)'이었던 명칭 역시 지난해 '해전(海戰)'으로 바뀌었다.

    김씨는 귀국을 결심했다. 김씨는 "기대와 설렘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지난해 4월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2차 연평해전 7주년 기념식에서 한승수 국무총리는 "2차 연평해전은 우리 해군 장병들이 북한의 기습 도발을 온몸을 던져 막아낸 승리의 해전"이라고 평가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정부에서 희생된 장병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남은 소망은 이제 남편이 탔던 '참수리 357'의 선체를 전쟁기념관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7년 전 북한 경비정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참수리 357정은 침몰 53일 만인 2002년 8월 인양됐다. 지금은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 안에 전시돼 있다.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이전이 어렵다고 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곳에 전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차 연평해전의 '증거물' 앞에서 제가 이 배를 타고 싸웠던 남편과 남편의 전우들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알립니다
    고(故)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씨의 요청에 따라, 2013년 1월2일 기사에 포함된 사진에서 김씨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취재 당시에는 김씨의 동의를 받고 사진을 촬영했으나, 최근 김씨가 자신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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