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믿음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정치 쟁점이 되어 국론을 분열시킬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대운하의 핵심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이지만 우리 정부에선 그걸 연결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고 제 임기 내엔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작년 12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공식화한 후 야당과 환경단체는 4대강 살리기가 '위장된 대운하 사업'이 아니냐고 공격해왔다. 낙동강 전 구간에 걸쳐 폭 300~500m, 수심 4~11m로 준설키로 한 것부터가 배가 다니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심을 샀다. 그런 지적이 계속되면서 국민 사이에도 정부의 진짜 생각이 뭔지 모르겠다는 말이 많았다.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은 끝을 내야 한다. 이제부터는 홍수와 가뭄을 막고 하천 환경을 제대로 살리려면 4대강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실질 토론이 벌어져야 한다.
국민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정부 의욕이 앞서 4대강 사업이 졸속으로 흐르진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부 마스터플랜엔 4대강 사업을 오는 10월 착공해 2012년까지 3년 동안 22조원을 들여 완공하는 걸로 돼 있다. 경부고속철은 1992년 착공돼 19년 만인 2011년 완공 예정인데 전체 예산이 19조9000억원이다. 4대강은 경부고속철의 6분의 1도 안 되는 사업기간에 경부고속철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4월 27일 4대강 사업 중간발표 때만 해도 사업비가 14조원이었다. 그랬던 게 6월 8일 마스터플랜에선 22조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보(洑) 설치에 따른 오염을 막기 위해 수질대책비로 3조9000억원이 새로 책정됐다. 지난 4월 국립환경과학원이 보를 설치하면 유속(流速)이 정체돼 수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을 낸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은 한 달 반 사이 몇조원짜리 사업 항목이 뭉텅뭉텅 추가되는 것을 보면서 4대강 사업이 면밀한 계획을 거쳐 시행되고 있는 것인지 불안한 생각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임기 내에 4대강 사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정부 생각은 이해가 간다. 청계천 사업이 그랬던 것처럼, 임기 전에 이 프로젝트가 국민 생활을 어떻게 바꿔놓는지를 보여줘서 다음 대선(大選)에서의 정권 재창출에도 기여하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4대강에 3년간 22조원을 집중 투입해야 할 만큼 이 프로젝트가 절박한 사업이라는 것을 정부가 국민에게 충분히 인식시켰다고 하긴 어렵다. 정부는 작년 광우병 쇠고기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과감한 결단으로 국가 프로젝트를 밀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이해시키고 구체적인 사업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 검증을 받아 더 좋은 아이디어가 없는지, 생각지 못했던 부작용은 없는지를 따져가면서 추진하는 일이다. 다소 더디게 보여도 그것이 실제로는 더 빨리 가는 길일 수가 있다.
입력 2009.06.29. 22:21업데이트 2009.06.2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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