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선 철도 끊기며 분단 시작 너무 어이없고 황당하지 않나"

조선일보
  • 박해현 기자
    입력 2009.06.29 03:23 | 수정 2009.06.30 10:03

    신작 '별들 너머 저쪽과 이쪽' 낸 소설가 이호철

    "남북 분단은 소련군이 1945년 8월 24일 서울~원산 간의 경원선(京元線) 철도를 차단하면서 시작됐다."

    '분단시대'의 실향민 작가 이호철씨(78)는 함경남도 원산이 고향이다. 1945년 광복 당시 10대 소년이었던 이씨는 "지난 60여년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 남북 분단이 이렇게 '철도 차단'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너무 어이없고 황당하지 않은가"라고 회상했다. "소련군은 이어 8월 25일 서울~의주 간의 경의선(京義線) 운행도 막았고, 미군이 서울에 진주한 9월 6일에는 전화·전보 등 통신과 우편물 교환을 완전 차단했다. 소련은 처음부터 동구권을 먹었듯이 북한을 자국의 패권주의 틀 속에 편입하려고 했다. 미국은 소련과의 전후(戰後) 처리 합의에 따라 그저 먼 산 쳐다보듯 할 수밖에 없었다."

    “이승만이 지금 저승 어딘가에 앉아서 현재의 남북 관계를 내려다본다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을까”라고 묻는 소설가 이호철씨./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이호철씨는 얼마 전 "분단과 6·25전쟁의 원흉은 스탈린"이라고 강조하면서 허구와 역사의 결합을 통해 남북 분단을 새롭게 조명한 신작 장편소설 《별들 너머 저쪽과 이쪽》을 펴냈다. 이씨는 "문학성보다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에게 6·25와 남북 관계의 실체를 알려주기 위해 현대사 참고서로 사용할 수 있는 책을 썼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하는 '책, 함께 읽자' 캠페인의 하나로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낭독회에 연극배우 백성희·박웅씨와 함께 출연해 이 작품을 육사 생도들에게 읽어줬다.

    《별들 너머 저쪽과 이쪽》은 이승만과 조만식 등 해방 정국 인물들의 혼백이 등장해 각자의 입장을 밝히는 가상소설이면서, 동시에 남북 분단 관련 국내외 문서와 인민군 소년병이었던 작가의 체험이 가미된 역사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승만과 조만식을 나란히 '반(反) 스탈린주의자'로 규정하면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뤘다. "이승만은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1930년대부터 스탈린을 비판했고, 박헌영을 스탈린의 앞잡이로 봤기 때문에 미군 고문관들을 활용해 남로당을 탄압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대한민국을 건국했고 이 나라를 스탈린 독재로부터 지켰다. 조만식 역시 북한에서 '스탈린에 반대하는 사람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끝까지 결곡했고, 이승만 박사를 최대의 애국자로 평가했다."

    이호철씨는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을 실제로 본 내가 좌우 이념을 빼고 해방 공간을 들여다볼 때, 박헌영의 역할은 그동안 너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항일 빨치산 출신으로 북한의 국가 부주석까지 지낸 최용건의 유령이 이 소설에서 박헌영 등 남로당 지도부의 엘리트주의를 혹독하게 비판한다. "연희전문을, 혹은 동경제국대학을, 혹은 경성제국대학의 법문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나왔다고요? 그것들이 우리들 눈에는, 죄다 통틀어 어떻게 보였겠습니까요." 하지만 최용건의 유령은 오늘의 북한 체제도 개탄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주도해가는 저 지구촌 세상은 저렇게도 엄청 달라져 가는데, 우리 북한만은 백년하청으로 전혀 달라질 줄 모르는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아, 이걸 어쩝니까요."

    작가 이씨는 오늘의 남북한 관계에 대해서는 "햇볕 정책에 의문도 들지만, 북한의 체제 붕괴 공포를 순화하기 위해 그런 것도 있어야 한다"며 "지금 북한이 제 마음대로 떠들지만, 그래도 대화를 해야 전쟁을 막는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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