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광장의 사람들을 미친듯이 때리고 있어요"

조선일보
  • 이용수 기자
    입력 2009.06.25 05:26 | 수정 2009.06.25 10:46

    이란 여성, 전화로 증언… 오바마, 폭력진압 비난

    "짐승 패듯 사람들을 때리고 있어요. 몽둥이로 여자, 노인 할 것 없이 야만적으로 때리고 있어요. 이건 학살이에요. 제발 이걸 멈춰주세요. 멈춰야 해요."

    24일 이란 테헤란의 바하레스탄광장에서 대정부 시위를 벌이던 한 여성이 이란 경찰의 시위 진압 광경을 묘사하다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녀는 미 CNN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곤봉을 든 진압경찰 500여명이 광장 근처에 있던 사람들을 모아놓고 미친 듯이 때리기 시작했다. 총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렸다"며 "팔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속출하고 피가 사방에 흥건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보수 강경파 현직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Ahmadinejad)의 승리로 끝난 대선결과에 항의하는 대정부 시위가 이란 당국의 무차별 탄압에 신음하고 있다. 매일 수만~수십만명이 운집하던 시위는 최소 10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20일 정부의 초강경 진압 이후 크게 약화된 상태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Khamenei)는 24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신정) 체제와 (이란) 국민은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측에 강경 대응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테헤란 곳곳엔 수많은 경찰과 친(親)정부 이슬람 청년 민병대 바시즈 대원들이 깔려 시위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이날 바하레스탄광장의 사례와 같이 사람들이 모여 있기만 해도 무차별 곤봉 세례를 퍼붓는 상황이다.

    이란의 무자비한 시위 진압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이란 사태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해온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도 2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철권(iron fist)으로는 전 세계가 정의의 평화 시위를 목격하는 걸 막을 수 없다"며 시위대를 탄압해온 이란 정부에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국제사회는 지난 며칠간 (이란 정부에 의한) 협박·구타·투옥행위에 소름이 끼치고(appalled) 분노가 치민다(outraged)"며 "(이란 대선의) 합법성에 관한 중대한 의문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통치를 '철권'으로 표현하며 이란 당국의 시위 강경 진압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또 시위 현장에서 총에 맞아 숨진 이란 여성 네다 아그하 솔탄(Soltan)의 동영상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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