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시국선언' 일부 교수 명의도용 확인

  • 뉴시스
    입력 2009.06.24 11:22

    선진화교수연합, 시국선언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교수들의 잇단 시국선언에 맞서 반 시국선언을 발표한 선진화교수연합(교수연합)이 일부 교수들의 명의를 무단으로 도용해 자신들의 시국선언 지지 교수명단에 포함시킨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명의가 도용된 일부 교수는 현 정부의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진보성향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수성향의 교수연합은 지난 12일 발표한 '국민화합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왜곡선동 세력을 경계한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우리사회의 진보적 지식인집단은 민주주의 위기론을 말하면서 오히려 국민적 화합을 해치고 사회분열과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교수들의 잇단 시국선언을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날 발표된 시국선언은 교수연합 소속 30명의 교수와 이를 지지하는 전국 대학 97명 교수들의 명의로 작성됐다.

    그러자 지지 교수 명단이 공개되면서 광주 조선대학교 교수들이 명의도용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교수연합이 발표한 지지교수 97명 중 약 ⅓인 30명의 교수는 조선대 소속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23일 뉴시스 취재결과 30명의 조선대 교수 중 단 2명만이 사전에 교수연합으로부터 동의를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17명은 교수연합의 존재조차 모른다고 전했다. 1명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교수들은 조선대 교수로 명시된 나머지 10명도 자신들의 학교 소속이 아닌 '유령교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수들은 언론과 지인을 통해 뒤늦게 자신들이 명단에 포함된 것을 알고 한결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스로 중도 또는 진보 성향을 자처하던 교수들은 교수연합에 납득할만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A교수는 "선진화교수연합이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다"며 "우리는 연구나 하는 사람들이지 한가하게 시국선언에 동참할 사람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B교수도 "그런 단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서명을 부탁받은 적도 없다"며 "몰지각하게 남의 이름을 도용했는지, 메일로 해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C교수는 "우리 교수 전부 다 본인들 모르게 (명단에)올려져 있다. 수사를 의뢰할 수도 없고, 내버려뒀는데 (나는) 선진화교수연합 같은 보수쪽하고 전혀 사상이 안 맞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교수는 "명단에 오른 30명 중 10명 정도는 가공인물"이며 "나머지만 실제 우리학교 교수"라고 강조했다.

    또 "성명을 발표했다 하면 동조자의 의견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데, 받지도 않은데다 가공의 인물까지 있다"며 "광주·전남에서 교수 700여명이 반 이명박 시국선언을 했는데 거기서는 문자 등을 통해 서명을 반드시 받는다"고 말했다.

    D교수는 "들어보지도 못한 단체고, 다른 교수들도 대부분 그렇다"며 "나는 광주·전남 교수연대 국정쇄신 쪽 선언에 이름을 올린 처지인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E교수는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을 경우,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F교수는 "알지도 못하는 명단에 올라서 황당했다. 무슨 그런 일이 다 있나, 우리나라 수준이 그 정도인가 깜짝 놀랐다"며 "(나는)보수화된 사회에선 진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진보를 가로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선대 교수들은 명단공개에 따라 학내에서 논란이 일자 학내 게시판에 해명글을 올리는 등 진화에 진땀을 흘렸고 일부 교수는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교수연합측은 문제가 불거지자 "그런 부분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며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교수연합 최석만 사무총장(전 세종대 교수)는 "그 명단은 호남경제문화포럼이 취합해 일괄적으로 보내준 것이고 담당자에게 분명히 확인을 했냐고 물었다"며 "(문제가 된다면) 우리는 그 명단을 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사무총장은 한편 나머지 지역 교수들의 명의도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체검증을 거친 만큼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대선기자 sds1105@newsis.com
    안현주기자 ah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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