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달리며 활 쏘는 '기사(騎射)'경기 이보다 더 짜릿할 수는 없다

입력 2009.06.23 03:14

8월 속초서 국제기사대회 한국 종주국… 5회째 열려
15개국 80여명 출전 일(日)·불(佛)등은 자국 활로 경기

모든 게 '쏜살'같았다. 이판근(37)씨가 "이랴!"하고 외치자 애마인 '십자성'이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십자성의 말굽에 땅바닥은 푹푹 패며 적갈색 흙덩어리들을 사방에 흩뿌렸다. 과녁이 가까워지자 입을 앙다문 이씨가 활시위를 당겼다. 시속 50㎞로 질주하는 십자성의 등에 고정된 것처럼 이씨의 상체와 팔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슈웅~딱! 이씨의 손을 떠난 화살은 과녁 정 중앙에 박혔다.

오는 8월 15~16일 이틀 동안 강원도 속초에서 열리는 제5회 국제 기사(騎射·말을 타고 활을 쏴 과녁을 맞히는 운동) 대회에 나갈 한국 선수 6명이 훈련을 하고 있는 22일 속초 영랑호 화랑도수련원.

'기사'는 말을 타고 무기를 다루는 기술을 전수하는 한민족전통마상무예·격구협회(회장 김영섭)가 마상(馬上) 활쏘기를 정식 스포츠 형태로 정립해 지난 2004년 제1회 대한민국화랑기사대회를 열면서 국내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갈기를 날리며 질주하는 말 위에서 활을 꺼내든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8월 국제 기사(騎射)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이판근 선수가 22일 애마‘십자성’을 타고 달리며 시위를 당기고 있다. 시속 50㎞로 달리는 말 위에서 쏜 화살은 그대로 과녁 중앙에 꽂혔다./김상훈 객원기자 kishkim@chosun.com

승마와 활을 쏘는 전통이 발달된 일본·미국·독일 등에서 화랑기사대회를 참관하러 오기 시작했고, 2006년 한국을 의장국으로 세계기사연맹(현재 회원 20개국)이 창립됐다. 오는 8월 대회에는 해외 15개국 선수 8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국제 기사대회의 특징은 각국 특유의 전통 활로 경기를 치르도록 허용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자국 고유의 활에 대한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일본·몽골·프랑스 등 11개국은 자국 활로 경기를 치르며 영국·독일·미국 등은 자국 활이 있지만 한국 고유의 활을 쓰기로 했다. 대회의 편의상 말은 국산 말을 쓰고 있다.

기사 경기는 단사(單射), 속사(速射), 연속사(連續射)의 세 가지 종목이 있다. 모두 말을 타고 달리면서 과녁을 맞혀 점수를 얻는데, 과녁판은 정사각형(가로·세로 1m20) 모양으로 주로(走路)에서 30m 떨어져 있다. 과녁판에 2점부터 5점까지의 동심원들이 그려져 있고 원 밖 과녁에 맞히면 1점이 주어진다. 과녁을 맞힌 점수와 정해진 구간을 통과하는 시간을 합산해 점수를 낸다.

단사와 속사는 15초 내에 120m를 달리면서 과녁을 맞혀야 하는 점은 동일하다. 단사는 달리는 도중 60m 지점에서 좌측으로 30m 떨어져 있는 과녁에 한 발을 쏘는 경기이고, 속사는 60m와 90m 지점에서 각각 과녁을 한 번씩 맞히는 경기이다. 연속사는 150m 주로에서 치러지며 30m 지점마다 1개씩, 총 5개의 과녁이 있다. 제한시간은 20초. 3개 종목 모두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구간을 통과하면 1초마다 1점씩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활시위를 당길 때 45파운드(21㎏) 이상의 힘이 필요한 활을 써야 하는 규정이 있다.

기사 경기의 종주국이 한국이지만 지난 4차례 대회에서 최소 1개 종목 이상씩은 외국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3개 종목을 휩쓸어 종주국의 자존심을 살리겠다는 각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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