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그린 벤처의 반면교사

조선일보
  •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입력 2009.06.18 02:53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17일자 A1면의 "녹색바람 타고 벤처 쑥쑥"이라는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전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부르짖고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 국내 유가증권시장 기업의 27%가 녹색성장 관련 내용을 정관의 사업 목적으로 포함시켰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확실히 태양광·풍력·발광다이오드(LED)·바이오연료·전기자동차 등 그린 벤처 창업 붐이 일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기사에서 지적한 대로 필자 역시 그린 열풍이 자칫 그린 버블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갖고 있다. 이런 우려를, 과거 IT 버블의 예를 구체적으로 들어서 설명했더라면 더 실감 났을 것이다.

    꼭 10년 전,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내에서도 IT벤처 붐이 일어났다.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생산설비 없이 사업을 하는 닷컴(dot.com) 기업의 열풍이 거세었다. 다음·야후·네이트·네이버·엠파스·라이코스…. 이런 기업들은 성공하였지만, 뚜렷한 기술력 없이 정부 보조금이나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적으로 한 IT벤처들도 이 시기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러한 IT 붐을 타고 주식 열풍이 휘몰아쳤다. 처음엔 혁신적인 기업으로 인정받아 누구나 IT벤처 주식을 사들였다. 많은 샐러리맨까지 대박을 꿈꾸며 상장도 되지 않은 주식에 투자했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엔 회사나 하루의 여독을 푸는 술집은 물론 가정에서도 주식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났다. 1999년 말에는 코스닥지수가 거의 3000 수준까지 치솟았다. 현재 코스닥지수가 최근 큰 폭으로 올랐음에도 50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당시의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IT 공급 과잉, 대우 사태, 그리고 미 9·11테러 등 연쇄적인 경제 충격으로 경기가 하향세로 돌아서자 IT 버블은 즉시 터지기 시작했다. 급반전하기 시작한 코스닥지수는 2004년 7월 331.21까지 추락했다. 이러한 버블 붕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의 피해로 돌아갔으며, 그 결과 개인 여유자금이 IT벤처로 유입되지 못해 IT산업은 오랫동안 침체의 고통을 겪게 되었다.

    지금은 녹색바람에 힘입어 녹색성장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많은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이용해 독자적인 기술보다는 '무늬 혹은 색깔만 녹색'인 기업들이 정부의 각종 지원과 유상증자 등을 겨냥해 과거처럼 또다시 활개칠 수 있다. 영향력 있는 언론이 IT벤처 버블의 실패를 교훈 삼아 사전에 그린벤처의 옥석(玉石) 구분의 필요성과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그린벤처의 미래는 한결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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