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北)의 우라늄 농축 선언을 보며

조선일보
입력 2009.06.14 22:49

북한은 1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 대북 봉쇄시 군사대응 등 3개 조치를 선언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해 대북 결의 1874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지 15시간 만이었다. 대북 결의 1874호는 대북 무기 금수(禁輸), 금융제재, 화물검색 조치들을 확대하는 내용과 매우 구체적인 이행 조치들을 담고 있다.

북한의 발표 중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우라늄 농축 착수다. 핵폭탄은 우라늄 농축으로도 만들 수 있고 플루토늄으로도 만들 수 있다. 북한이 두 번에 걸쳐 핵실험을 한 것은 모두 플루토늄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으로도 핵폭탄을 만들게 된다면 북한은 핵 제조의 루트를 모두 갖게 된다. 더구나 우라늄 농축은 플로토늄 추출보다 훨씬 은밀하게 이뤄져 포착도 어렵다. 북핵 해결은 더욱 난망하게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성명에서 "우라늄 농축 기술 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이로써 북한이 오래전부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는 사실이 북한의 입을 통해 입증됐다.

사실 북한은 거의 20년 전부터 우라늄 농축 기술을 개발해왔다. 2004년 우라늄 농축 기술 유출혐의로 체포된 '파키스탄 핵의 아버지' 칸 박사가 1991년부터 북에 관련 장비와 설계도, 기술을 넘겨주고 북한 과학자들을 교육시켰다고 진술했었다.

파키스탄 무샤라프 전 대통령도 자서전에서 칸 박사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P-1 외에 신형 P-2까지 합쳐서 20여개를 북한에 넘겼다고 썼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역시 자서전에서 '북한이 1998년 2개쯤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해 제네바협정을 위반했음을 퇴임 후 알게 됐다'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일부 인사들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에 대해 마치 미국이 없는 것을 만들어내 위기를 조장한다는 식으로 주장해왔다. 우라늄 농축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왜곡, 날조"라고 했다.

그들은 북한이 핵을 보유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대가만 받으면 포기할 것이라고도 해왔다. 이들의 비뚤어진 대북 인식이야말로 북한 핵문제를 이렇게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들이 이제 다시 어떤 궤변으로 나라를 오도(誤導)해온 자신들의 잘못을 합리화할지 모를 일이다.

오늘 방미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뺀 5자 협의를 제안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이 북핵보다 북한체제 보존을 우선시하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떤 유엔 결의, 어떤 5자 협의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대한민국 앞에 놓인 외교적 과제의 범위와 무게는 넓고도 무겁다.

북한이 애당초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은 점점 명확해지고 조만간 북한이 무력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 소름 끼치는 국가적 현실 앞에서는 어떤 국내적 현안도 사소한 것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야(與野) 모두가 이 순간만은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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