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영대 신입생 150명이 오는 8월 11일부터 2박3일 동안 특전사 캠프에 간다. 목적은 리더십 훈련이다. 서울대 학생들이 학교 당국의 주최로 단체로 특전사 훈련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용은 학교측이 전액 부담하며, 강제사항은 아니다.
서울대 경영대 관계자는 "우리 학생들이 머리는 우수해도 친화력과 조직 적응력은 부족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어 특전사 단체 훈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2007년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이 기업 인사담당자 81명에게 서울대 졸업생들에게 부족한 능력이 무엇인지 물은 결과, 인간관계(42%)와 협력(38%)을 꼽은 답변이 많았다.
조선일보와 QS가 발표한 '2009년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서울대의 '졸업생 평판도' 순위가 아시아 22위에 그쳤다는 점도 자극제가 됐다. 졸업생 평판도는 전 세계 주요 기업체 인사 담당자 734명에게 각 대학 졸업생들의 리더십과 업무 능력에 대한 만족도를 물은 지표다. 서울대 경영대 김수욱 부학장은 "학문뿐 아니라 조직을 이끌고 융화되는 방법까지 가르쳐야 한다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했다.
특전사 캠프에서 서울대 경영대 신입생들은 PT체조·참호격투·야간침투·래펠(rappel·밧줄을 타고 하강하는 훈련) 등 실제 특전사 대원들이 받는 훈련을 모두 받게 된다. 인천 제9공수 특전여단에서 군사 훈련 가운데 순간적인 고통 수준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꼽히는 화생방 훈련도 받는다.
서울대 경영대 안태식 학장은 "나약하고 개인주의적인 학생들이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법, 서로 돕는 법, 이질적인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강제로 가라는 건 아니지만, 학장인 나도 직접 가는 만큼 신입생들이 가능한 한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영대 신입생 박석희(20)씨는 "같은 경영대 동기들끼리도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이번 캠프에서 같이 땀 흘리고 악쓰면서 평생을 함께할 친구들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경영대 다른 신입생(19)은 "특전사에 간다는데, 가서 '기합' 받고 오는 것 아니냐"며 "너무 남성적인 발상이라 불만"이라고 했다. 다른 학생(20)은 "곧 군대도 가야 하는데 특전사에 가야 한다니 '생고생'을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경영대는 특전사 캠프를 시작으로 다양한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들을 마련 중이다. 올 2학기에는 황영조 국가대표 마라톤팀 감독, 수영스타 박태환을 키운 노민상 국가대표 수영팀 감독 등을 초빙해, 학생들이 그 밑에서 실제로 운동을 하며 리더십을 키우게 할 계획이다. 이것은 미국 듀크(Duke) 대학의 '코치 케이(Coach K)'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