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中)네티즌들 "정부가 PC에 스파이SW 심는다"

조선일보
  • 김민구 기자
    입력 2009.06.12 03:08

    유해물 차단 SW 의무화
    "정보 빼가는 프로그램 해커들이 악용 가능성"

    중국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PC에 '그린 댐(Green Dam)'이라는 청소년 유해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자 중국 네티즌들이 반발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음란물 차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중국 정부가 개인 PC에 스파이웨어(spyware·PC 이용자 몰래 개인 정보를 빼가는 소프트웨어)를 심으려 한다고 의심한다.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도 이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PC가 오히려 해커들의 공격에 취약한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의 발주로 그린 댐을 개발한 진후이(金惠)컴퓨터시스템사(社) 홈페이지에는 이 소프트웨어의 작동 오류를 성토하는 글이 쇄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이 소프트웨어를 시범 설치한 한 학교 교사는 "핑크색 돼지들의 사진은 음란물로 분류돼 접속이 차단된 반면 흑인 여성들의 나체 사진은 아무런 제약 없이 볼 수 있었다"며 "어린 돼지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컴퓨터가 사진의 색상과 패턴 등을 자동으로 분석해 음란물 여부를 판정하기 때문에 엉뚱한 사진이 차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 댐은 사진뿐 아니라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한 '유해 단어'를 걸러내는 기능도 있는데, 음란물과 상관없는 엉뚱한 단어가 차단된다는 불만도 접수됐다. 네티즌들은 PC 이용자가 작성한 글이나 방문한 웹사이트 정보를 모아 정보기관의 서버 컴퓨터에 전송하는 기능이 이 소프트웨어에 숨겨져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그러나 개발업체측은 "단순한 유해정보 차단 소프트웨어"라며 이를 부인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해킹이 기승을 부릴 것을 우려했다. 아이작 마오(Mao) 미 하버드대 버크만센터 연구원은 "이 소프트웨어의 보안 결함을 이미 여러 건 발견했다"며 "해커들이 이 결함을 이용해 개인 정보를 빼내고 악성 바이러스를 퍼뜨리면 대규모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고 영국 BBC방송에 말했다. 그린 댐이 중국 네티즌들의 의심대로 중국 정부가 개발한 스파이웨어라면, 이 소프트웨어만 장악하면 개인정보가 저절로 굴러들어 오게 된다. 또 그린 댐 네트워크에 침입해 중국의 모든 PC를 장악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중국의 인권 단체들은 "정부의 조치는 시민권을 침해하는 불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델·휴렛패커드·애플 등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PC업체들도 중국 정부에 재고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그린 댐 관련 토론이 행해지는 인터넷 게시판을 폐쇄하는 등 논의 자체를 막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