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모' 편승해 무슨 이익 챙기겠다는 건가

조선일보
입력 2009.06.10 22:21 | 수정 2009.06.11 03:11

야당과 좌파단체들이 주도한 '6·10 범국민대회'가 10일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졌다. 집회엔 야당 당원, 노조 조합원, 좌파단체 회원을 비롯해 수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주최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돌발적 죽음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와 '부자(富者)정책' 중단, 4대강 살리기 포기, 미디어법 폐기, 공안통치 중단을 요구했다.

작년 6월 10일에도 서울 도심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져 수십만 시위대가 대한민국 수도의 중심도로 2㎞를 점거했었다. 그날 이후 8월 중순까지 70여일 동안 서울 복판은 무법(無法) 해방구가 됐다. 밤만 되면 쇠파이프, 새총, 염산병이 난무했고 고립된 전경들이 시위대에 둘러싸여 무차별 매타작을 당했다. 그때의 '6·10항쟁 기념 촛불대행진'이 '70일 해방구'의 기폭제였다. 야당과 좌파단체들은 '6·10 범국민대회'를 준비하며 작년의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돌연한 자살을 많은 국민이 안타까워했고 정부에 싸늘한 민심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야당과 좌파단체들이 추모 분위기에 편승해 도심에 몰려나와 법치(法治)를 훼손하고 정부를 흔들어대는 게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밥상이 차려졌으니 숟가락 들고 달려들어 내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 같은 행태다.

작년 촛불시위는 어린 학생과 주부들이 건강을 염려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됐다. 그랬다가 진보연대·참여연대가 주도한 광우병대책회의가 출범하고, 민노총 전교조 공기업노조 등이 자기네 이익을 위해 가세하면서 시위가 변질되고 폭력화했다. 공기업 노조원들은 '공기업 민영화하면 수돗물값이 하루 14만원 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다녔다. 지금 야당과 좌파단체들이 미디어법, 4대강 살리기 같은 이슈를 놓고 유인물을 뿌리고 구호를 외쳐대는 것도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과는 아무 관련없는 문제들이다. 고인의 죽음을 이용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민노총은 10일 범국민대회에 이어 11일 화물연대 운송거부, 13일 쌍용차 구조조정 분쇄 결의대회, 19일 금속노조 상경투쟁, 27일 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민노총은 작년에도 노동문제와 전혀 관계없는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했다. 광우병 사태로 정부가 궁지에 몰리자 정부를 아예 수렁으로 밀어넣어 자기 조직의 이익을 챙기려 했다. 지금 벌어지는 양상도 똑같다.

민주당은 의원 40여명이 9일부터 서울광장에서 밤샘 농성을 했고 10일 집회와 시위에도 적극 참여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4월엔 "노무현 색깔 빼기 없이는 민주당의 희망은 없다"고 하더니 노 전 대통령 투신 후엔 '노무현 정신 계승' 운운하며 도심시위에 군불을 때느라 혈안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말로를 어떻게든 활용해 보겠다는 정치 장사꾼 계산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도덕적 책임을 통렬하게 느꼈다. 정치 보복에 의한 타살로까지 주장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보필했던 사람이다. 야당과 좌파단체들은 노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를 끌고나가 거기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용렬(庸劣)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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