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與)는 민심을, 야(野)는 부메랑을 조심하라"

조선일보
  • 김창균 정치부장
    입력 2009.06.09 03:04 | 수정 2009.06.09 07:17

    김형오 국회의장 인터뷰 "미디어법 이념화 하지 말라"
    "야(野) '6월처리' 약속 지켜야…
    홍수나면 친박(親朴)도 쓸려간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8일 여야에 국회 정상화를 위한 정치적 타협을 촉구하고 있다./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김형오 국회의장은 여야가 쟁점법안 처리 시한으로 합의했던 6월 국회가 두 주째 열리지 못하고 있는 '정치 실종'에 몸이 달아 있었다. 김 의장은 8일 국회 자신의 집무실에서 가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치 주체들에 한마디씩 '싫은 소리'를 했다. 정부와 여당에 대해선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弔問) 정국'에서 나타난 민심에 대해 "(국정 운영방식에 대한) 워닝(경고), 그것도 굉장히 강한 워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고, '거리 민심'을 기웃거리는 야당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떠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언젠가 그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여당의 민심 수습책에 대해선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대(大)쇄신 또는 대(大)화합이 필요하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 대해 "비주류로서 뒷짐만 지고 있으면 홍수가 올 때 주류와 함께 비주류도 함께 쓸려 내려간다"고 했다.

    ―6월 국회가 멈춰 섰다. 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에 이르도록 한 사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박연차 리스트 검찰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제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회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모든 것을 국회 안에서 논의하자면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원천적으로 수용 못 할 요구 사항도 없고, 그렇다고 민주당이 토씨 한 자 고치지 않고 관철시켜야 한다는 뜻도 아닐 것이다. 정치적 타협이 충분히 가능하다."

    ―조문정국으로 인해 정치판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세 배까지 벌어졌던 여야 간의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조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여당으로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우리 국민의 정서적 측면이 작용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정을 이끄는 집권세력은 전국적으로 이어진 조문 행렬의 의미를 무시하면 안 된다. 현 정부에 워닝(경고), 그것도 굉장히 강한 워닝을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작년 촛불정국에 이어 조문정국을 다시 맞게 되면서 역대 정권 임기 초반처럼 자신 있고 폼 나게 정국을 이끌기 힘들어진 여건에 처하게 됐다. 여권은 이런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친이 직계 소장파들은 '조문정국'에서 나타난 민심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전부가 아니며, 현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심판이라고 했는데 같은 맥락의 말씀인가.

    "여당 소속 소장파로서 용기 있는 발언을 했다고 본다."

    ―6월 국회는 미디어법이라는 쟁점법안에 대한 시한이 설정돼 있는 국회다. 그러나 야당은 그 같은 합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합의를 존중하고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미디어법은 국가보안법이나 사학법처럼 이념적인 내용을 담은 법이 아니다. 방송지분 참여 폭을 놓고 서로 협상하면 충분히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데 이를 정치 이념화하려는 흐름에 정치권이 휘말려 문제를 스스로 꼬이게 만들고 있다."

    ―야당은 6월 10일 거리 집회에 참여예정이다. 원외투쟁은 않겠다면서도 거리민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국회와 거리에 한쪽 발씩을 걸치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사건이 터지면 야당은 국회를 열자고 하고, 여당은 반대했었는데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는 야당이 정권의 문제점을 따지도록 멍석을 펼쳐놓은 곳인데 왜 자기 장터를 스스로 외면하나. 민주당으로선 장외(場外)에 우호세력들이 많이 있고, 이들의 열기를 모른 척할 수 없다는 사정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야당이 국회를 떠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언젠가는 그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역대 야당들도 장외 열기를 즐기다가 그 타이밍을 놓쳐 고전하곤 했다. 늦지 않게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

    ―야당의 요구사항들은 박연차 리스트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검찰수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가.

    "전직 대통령이라 해도 잘못이 있다면 수사의 성역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전후한 과정이 기간이 너무 길어졌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혐의가 야금야금 흘러나왔다. 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수사는 극도로 예민한 사안인데 검찰이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임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여당 내부 문제도 심각하다. 정권에서 떠나가고 있는 민심을 4·29 재·보선 참패를 통해 확인하고도 한 달 이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친정이기는 하지만 당적을 떠난 의장으로서 여당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 화합이니 쇄신이니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다. '아, 여권이 정말 반성했구나'라고 느끼게 해주는 대(大)화합 또는 대(大)쇄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친이 주류는 당내 두 식구가 따로 도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표 본인 또는 대리인이 국정의 책임을 나눠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역시 국민의 눈이고, 국민이 보기에 양쪽 모두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려는 것으로 비친다. 박 전 대표 측에 한마디 하고 싶다. 친박(親朴) 진영은 역대 정권에 없었던 가장 강력한 비주류가, 그것도 집권 초반기에 등장한 아주 특이한 경우다. 이처럼 정치사에 없는 역할에 대해 자기 정립을 해야 한다."

    ―친박 진영은 강력한 차기 주자가 너무 빨리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전략적으로 현명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역대 정권에서의 전례도 있고….

    "한나라당 지지율이 급락한 것을 친박 진영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고전하는 가운데도 한나라당 지지율이 유지된 것이 박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분석이 있지 않았나. 그렇다면 역으로 지금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갑자기 외면하기 시작한 것을 친박 진영도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까지 친박 진영은 '우리는 비주류니까'라면서 뒷짐을 지고 있었다. 그러나 홍수가 나면 홍수에 책임 있는 사람 집만 떠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옆집도 함께 떠내려간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6월 국회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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