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생긴 일] 옆사람은 웃는데 나는 못 웃는 이유

조선일보
  • 최보윤 기자
    입력 2009.06.09 03:13 | 수정 2009.06.09 07:29

    코믹의 '대가' 벤 스틸러 주연의 '박물관이 살아있다 2' 개봉 소식에 냉큼 영화관으로 달려간 재미교포 A씨. 잠시 한국에 들른 그는 그간 공부 때문에 미뤄뒀던 영화, 특히 블록버스터에 대한 갈증을 완전히 해소해버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아이들이 상당수인 '전체관람가'에 대표적인 코믹 영화기에 '상영 내내 시끄럽겠군' 했건만 의외로 시종일관 미친 듯이 웃는 건 그 혼자뿐인 듯싶었다. 영화 초반 박물관 경비원으로 2007년 미국 코미디 영화의 최고 히트작 '슈퍼 배드'의 조나 힐이 등장하자마자 "와우!" 하며 소리쳤지만 그가 느낀 건 '넌 뭐니?'하는 주변의 시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슈퍼 배드'는 '정서가 안 맞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선 개봉조차 하지 못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악당을 솔깃하게 만들기 위해 벤 스틸러가 비장한 표정을 짓고 '신비의 물건'이라 말하는 '큐브 오브 루빅'도 대사만으로는 별 감흥이 오지 않는 부분. 하지만 그 물건은 바로 당신이 어릴 적 매만지고 놀던 '육면체 색깔 맞추기 장난감'이다. 그런데 단어만 '딸랑' 등장하니 상당수 아이들 관객에겐 생소하게 들릴 수밖에. 다행인 건 2000억원을 들인 작품답게 '박물관이 움직일 때' 아이들의 경탄이 여기저기서 터졌다는 거였다.

    A씨는 과거 '오스틴 파워' 개봉 당시 겪었던 충격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시 한국에 잠시 들러 친구들과 영화를 보다가 혼자 '미친놈'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기야 미국인들에게나 통하는 패러디 덕에 그 작품을 보고 웃는 사람은 '주한 미군'이거나 '미국인' 둘 중의 하나란 이야기가 있을 정도가 아니었는가.

    다 웃자고 만든 코미디인데, 역시 '정서'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단지 '정서'만으로 설명되는 것도 아닌 듯싶다. 웃는 것도 '좀 알아야' 웃을 수 있다는 것.

    평론가들의 애정공세를 듬뿍 받고 있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한 장면이 바로 그렇다. 극 중 잘나가는 감독 역으로 소설가 김연수씨가 깜짝 등장한 부분은 평론가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장면. 하지만 김연수 작가의 얼굴을 모르는 관객들에겐 그야말로 의미도 없고, 웃기지도 않는 장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김연수'나 '큐브 오브 루빅'이나 알아야 웃을 수 있다. 유머도 '아는 것이 힘'이다.

    박물관이 살아있다2 관람 포인트. /최보윤 기자
    박물관이 살아있다2 영국 프리미어 모습.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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