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형 간염 방역' 손놓은 보건당국

조선일보
  • 김경화·사회정책부
    입력 2009.06.08 02:31

    김경화·사회정책부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S내과에 여대생 2명이 들어섰다. 옆 동네에서 30세 여성이 A형 간염으로 사망했다는 소문을 듣고 A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으러 온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백신이 다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병원은 벌써 2주 전에 A형 간염 예방백신이 떨어졌다. 병원 관계자는 "일주일에 20~30건 접종 문의가 오지만 약이 없어 접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형 간염 환자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선 병·의원에서 A형 간염 예방백신 품귀(品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6000명 가까운 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5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1600여명, 경기도 2200여명 등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 항체를 갖지 못한 20~30대 젊은 층이 주로 걸리고 있다. 국내에 백신을 공급하는 제약회사들은 8월 초에나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손용규 공보이사는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7월쯤이면 백신이 바닥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는 'A형 간염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4일 백신 수급 등의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이렇다 할 액션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은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방역에 매달릴 시기라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A형 간염 주의보를 한번 내린 것이 전부다. 5월 말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A형 간염 환자 급증에 대한 통계 자료를 내려고 하자, 질병관리본부가 "신종 플루로 정신없는데 그런 자료를 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막기도 했다.

    올 들어 A형 간염 환자는 5789명(7일 현재)으로 신종 플루(47명·7일 현재)보다 123배나 많다. 또 신종 플루는 일반적인 계절독감 정도로 증상이 경미하지만 젊은 층이 A형 간염에 걸리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고 전격성 간염으로 발전할 경우 치명적이다. 신종 플루도 A형 간염도 국민 보건에 심각한 문제인데, 한쪽만 신경쓰고 다른 쪽은 방치하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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