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생긴 일] 남남(男男)관객 "우리 그냥 영화보게 해주세요"

조선일보
  • 최보윤 기자
    입력 2009.06.02 03:05

    얼마 전 메가박스 코엑스를 심야에 찾은 A군과 B군. 예전 같으면 술자리에 파묻혀 있을 시간이지만, 둘 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뱃살에 놀라 술이 '땡길' 때마다 문화 생활에 '올인' 하기로 마음먹었던 차였다.

    그들이 놀란 건 밤 12시가 넘은 시각인데도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심야 영화 관람 문화야, 1994년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공포 영화 '킹덤'의 성공 이후 하나의 문화로 연착륙(軟着陸)하지 않았나.

    정작 놀란 건 의외로 '남·남 관객'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낮에 볼 때는 눈에 잘 띄지도 않았는데 밤이 돼 보니 '남·남 관객'이 5커플 중 하나는 되는 듯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던 대로 커플 팝콘 세트를 주문해 좌석에 앉았던 A군과 B군이 당황한 건 광고물이 올라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잠시 동안의 정적을 타고 뒤쪽에 앉은 남녀 커플들의 수군거림이 들렸기 때문이다. "저 남자 둘이 사귀나 봐." "아무래도 눈치 보이니까 밤에 구경 왔나 봐?" "그 옆에 있는 커플도 남남 커플이야. 스킨십 하는 거 봐~."

    말 그대로 '대략 난감'인 A군과 B군.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여자들끼리 오면 우정이 넘치는 관람이고, 남자들끼리 오면 무슨 특별한 사이나 된 듯하게 쳐다보니 말이다.

    남들 눈치 안 본다고 하면서 은근 신경 쓰이는 곳이 영화관이다. 파격적인 성묘사로 입에 오르내렸던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숏버스'는 1인당 예매가 평균 2장이 안 됐다고 한다. 혼자 보러 온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여러 명의 것을 예매하기 때문에 1인당 예매표가 2.5장 이상이 되기 일쑤다.

    졸지에 커플로 오인받은 A군은 이렇게 토로했다. "그렇다고 혼자 영화 보러 온 사람들을 '영화광이군'하고 경외심에 넘쳐 쳐다보디? 웬 '왕따'하는 눈초리도 있던데!"

    '신경 안 쓰면 그만'이라곤 하지만 그전에 야릇한 '시선'을 거둬주는 건 어떨까. 혼자면 어떻고, 둘이면 어떠랴. 오랜만에 문화생활 한다는데 좀 내버려 두면 어떠랴. 괜한 시선 눈만 아프니 영화 볼 땐 주변보다 스크린에 집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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