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조롱받는 코리아 홍보

입력 2009.05.27 22:20 | 수정 2009.05.28 09:49

앤드루 새먼·영국 더타임스지 서울특파원

얼마 전 한국인 35세 S씨가 뉴욕타임스지에 전면광고를 냈다. S씨는 뉴욕타임스가 그동안 '동해'를 '일본해'라고 잘못 표기해왔다고 지적하고, 뉴욕타임스에 그간의 '실수'를 인정하고 '진실'을 배우라고 요구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동해가 맞느냐, 일본해가 맞느냐를 놓고 논쟁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이 문제를 다룰 때, 한국인들이 서투르게 행동한다는 점을 짚고 가고 싶을 뿐이다.

우선 S씨를 보자. 보도에 따르면 그는 '한국 홍보 전문가'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자들을 불러 얘기할 일이지, 왜 광고부터 낸 것일까? 홍보와 광고는 엄연히 다른 분야다. 그의 광고를 보면 그는 확실히 광고 전문가는 아닌 것 같다. 광고 이미지나 카피 모두 시선을 끌기 어려울 작품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만을 매번 강요하는 것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길은 아니라는 점이다. 서양의 학문 풍토에서 역사는 주관적이다. 객관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다양한 해석에 대해 열려 있다.

신문은 광고주의 반응에 민감하다. 어쩌면 뉴욕타임스는 S씨의 광고에 따라 앞으로 지명을 바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광고수익 때문이지 역사를 바로잡자는 S씨의 주장에 공명해서는 아닐 것이다.

한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단체인 반크(VANK)도 마찬가지다. 반크는 홈페이지도 멋지게 꾸몄고 국제사회와 한국의 친목을 도모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반크는 이름에서부터 문제를 안고 있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이 단체 이름을 '뱅크'라고 발음한다. '뱅크'라는 발음을 들으면 거의 자동적으로 '왱크(wank)'라는 비속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사소한 시비가 아니다. 반크는 그 이름과 발음만으로도 종종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해외 블로그에는 반크를 조롱하는 글들이 떠다닌다. 영어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다. 단체 이름을 정하기 앞서 영어를 쓰는 원어민 몇 명에게만 단체 이름이 어떻게 들리는지 물어봤어도 이름을 이렇게 짓지는 않았을 것 같다. S씨의 광고와 마찬가지로, 반크 역시 해외의 시각은 무시한 채 오로지 한국인들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정부도 문제가 있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동해'를 치면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홈페이지로 가는 링크가 뜬다. 한국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그간 실시된 다양한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16~18세기 초에는 한국과 연관된 명칭(동해)이 보다 빈번히 사용된 반면, 18~19세기부터는 '일본해'가 보다 빈번하게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19세기 이전에는 '동해'가 더 많이 쓰였다는 주장을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자인(自認)한다.

한편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의 박물관에서 찾은 17~19세기 지도가 PDF 파일로 떠 있다. 또렷이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들이다. 자신들의 주장을 사료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 사람들 귀에 어느 쪽 주장이 더 탄탄하게 들릴까?

한국인들은 종종 내게 "우리 문화는 서양과 다르다"고 한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국제적인 논쟁의 장에서 효과적으로 주장을 펼치려면 한국식 화법(話法)만 고집해선 안 된다. 수준급의 영어 실력은 물론, 광고와 홍보 양쪽에서 전문가적인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논리적 근거를 대고, 제삼자가 인정할 만한 실질적 증거 자료를 갖춰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친구보다는 적을 만들고, 친목보다는 굴욕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