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슈로 본 논술] 동물이 기본 욕구 충족하면 인간도 건강하다

조선일보
  •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입력 2009.05.14 03:47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과 동물 복지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멕시코와 미국에서 출발한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처음에는 '돼지 인플루엔자'라고 불리다가 북미 축산업의 경제적 이익과 과학자의 내부 의견을 반영해 세계보건기구는 '2009 인플루엔자 A(H1N1)'라는 명칭으로 바꿨다. 우리나라 복지부는 신종 인플루엔자로, 언론은 신종 플루로 명칭을 통일했다.

    멕시코가 감염자의 6%가 사망에 이르자 각 나라는 멕시코 여행객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와 악수를 했던 멕시코의 인류학 박물관장이 다음날 숨지는 사태도 발생했다. 선진국들은 이미 확보한 치료제 외에 추가로 구입하는 노력을 하지만,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 국가들은 이마저 쉽지 않아 치료제 확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예방 백신을 만들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이 인간과 동물 간에 교차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항공사 방역 담당 직원이 기내에서 소독작업을 하는 모습. / 조선일보 DB
    ◆인수공통전염병의 발병 원인

    인수공통전염병이란 사람과 가축의 양쪽에 이환되는 전염병으로 특히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감염되는 병을 말한다. 전체 전염병 중의 70%가 해당하며, 동물들의 이동을 통해 급속히 전파된다. 인수공통전염병이 치명적인 이유는 유전자 변이가 자주 발생하면서 변종 바이러스가 다양해져 전염이 빠르고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종류는 대략 200여 종류로 조류 인플루엔자, 인간 광우병, 사스, 광견병, 소 브루셀라병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소 브루셀라병은 소 값 폭락이나 사료 값 폭등보다 더 무서운 것으로 축산업자들은 경계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첫째, 사람과 동물의 생활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지역에 많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심하게 발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家라는 한자의 구성을 보면 사람이 사는 집에 돼지〈豕〉가 함께 사는 형상이다. 역사적으로는 인간이 수렵 생활에서 농경·목축 생활로 생활 패턴을 바꾸면서 이 병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소, 돼지, 말, 양, 개 등 농사를 짓고 식용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인간과 동물이 자연스럽게 접촉을 했기 때문이다.

    신종 플루 바이러스의 모습. / AP 뉴시스
    둘째, 대량 생산을 위해 비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의 동물을 키우는 사육 시스템이 큰 원인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동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면역력이 약해진다. 사료 값을 절약하고, 자연적인 성장 속도보다 빨리 키워서 시장에 내놓겠다는 생각으로 초식동물인 소들에게 육식을 시킨 결과 광우병이 발생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얻겠다는 이윤 동기가 장기적으로는 비경제적인 결과를 낳았다. 공장식 축산업은 근친 간의 번식이 자유롭고 품질 좋은 가축만 선택적으로 기르다 보니까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해져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순간 전염도 대단위로 발생한다. 19세기 중반에 인구 4명 중 1명이 사망한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The Great Hunger)의 원인 중 하나가 품종 단일화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동물 복지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

    한국과 유럽연합이 FTA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것이 동물 복지 조항이다. 한국의 축산업이 동물 복지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 유럽연합은 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1986년부터 동물 복지를 위해 사육 면적 등 각종 기준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이미 영국에서 1876년부터 동물학대방지법이 최초로 제정됐지만, 최근에 광우병 발생으로 동물의 후생 복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독일에서는 2002년에 세계 최초로 헌법에 동물권을 보장했다. 이탈리아 로마는 2005년에 관상용 물고기의 시력 보호를 위해 둥근 어항에 살지 않을 권리 등을 보장하는 동물권리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1991년에 동물복지법이 제정돼 작년 초에 개정됐으나 아직도 선진국의 수준에 이르기는 멀었다.

    동물이 건강해야 인간이 건강할 수 있다는 생각은 동물권을 보호하자는 운동으로 번졌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인간 위주로 운영되는 한 인수공통전염병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동물도 인간처럼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상해·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등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1992년 리우 회의에서 합의된 지속가능한 개발의 원칙이 축산업에도 실질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반면에 동물복지 논의는 사람의 복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면 선진국의 팔자 좋은 소리이고, 동물복지 비용이 생산비에 포함되면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는 반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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