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낳아야 미래 있다] [3] 의원도 육아휴직 가는 스웨덴…

입력 2009.05.07 04:42 | 수정 2009.05.07 09:18

육아천국 스웨덴 일하는 부모 아이는 나라가 키운다 남성 가사(家事)시간 가장 길고
육아휴직제 세계 첫 도입 법적 보장 480일 중 남편도 60일 이상 써야

스웨덴 막달레나 스트레이펏(Streijffert·31·사회민주당) 국회의원은 오는 8월 10일이 출산 예정일이다. 스트레이펏 의원은 남자친구와 첫 6개월은 엄마가, 그다음 6개월은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기로 약속했다. 동거 중인 스트레이펏 의원은 "총선(2010년)에 맞춰 국회로 돌아오기 위해 내가 먼저 육아휴직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출산장려정책'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1.7~1.8명대 합계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핵심은 '양성평등'이다. 1950~1960년대 빈곤 극복을 위해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부모가 모두 직장을 갖는다면 육아문제는 국가 책임이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1974년 세계 최초로 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공무가 바쁜 국회의원이라고, 법적 결혼이 아니라고 예외는 없다.

이런 정부 정책으로 스웨덴 출산율은 2007년 1.88명을 기록했다. 스웨덴 보건사회부 예시카 뤠벤홈(Rovenholm·여·41) 사회보험과장은 "전에는 자녀를 한두 명 두는 것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부모와 아이 셋'의 5인 가족을 이상적인 가정으로 보는 추세"라고 말했다.

◆'프렌디' 만드는 육아휴직제

스웨덴은 '프렌디(friend+daddy·친구 같은 아빠)'의 천국이다. 스톡홀름 근교 발렌투나 지역에 사는 회사원 슈테판 링(Ringh·36)씨는 한 살짜리 막내딸 엘마를 키우기 위해 육아휴직 중이다. 지난달 22일 오후 링씨는 아내는 출근하고 첫째·둘째는 유치원에 간 고요한 집 뒷마당에서 막 잠에서 깬 엘마를 어르고 있었다.

링씨는 첫째, 둘째를 키울 때도 각각 8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썼다.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엘마를 들어 올려 다독였다. 엘마는 낯선 동양인을 힐끗 쳐다보곤 아빠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는 "결혼할 때부터 당연히 육아휴직을 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모차를 끈 남성이 스톡홀름 시내 쇼핑가를 걷고 있다. 스톡홀름에서는 어디서나 낮 시간에 아이와 함께 쇼핑을 하거나 산책하는 아빠들을 만날 수 있다./스톡홀름=김경화 기자
스웨덴은 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480일의 육아휴직을 보장한다. 그중 60일은 각각 '아빠의 달(daddy month)' '엄마의 달(mommy month)'로 정해져 있다. 어느 한 쪽이 18개월 전체를 쓰지 못하도록, 쓰지 않으면 그만큼의 기간을 잃는 것이 원칙이다. 첫 390일간은 국가가 종전 소득의 80%를 준다. 나머지 90일은 하루에 180SEK(스웨덴크로나·한화 3만원 정도)를 받는다. 때문에 부부간 소득에 따라 육아휴직 기간을 정하기도 한다. 교육청에서 일하는 피테르 얀슨(Jensen·35)씨는 육아휴직의 60% 정도를 자신이 사용했다. 수입이 더 많은 아내가 빨리 직장에 돌아가는 것이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얀슨씨는 요즘 하루 6시간만 근무하고 오후 2시 반쯤 퇴근해 유치원에서 딸을 데려와 돌보고 있다.

육아휴직을 언제 쓸지, 어떻게 쓸지도 개인의 선택이다. 하루의 절반만 쓸 수도 있고, 4분의 1만 쓸 수도 있다. 링씨는 첫 아이 때 미처 쓰지 않은 육아휴직이 1개월 정도 남아 2~3년쯤 후에 여름휴가에 붙여 쓸 계획이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남성 가사노동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6세 이하의 아이를 둔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스웨덴의 경우 3시간 21분(2004년 유로통계)으로, 한국 남자들의 집안일하는 시간 32분(2007년 통계청 자료)의 6.3배다.

실제로 스웨덴에서 만난 아빠들은 모두 "육아에 대해 아내와 똑같은 책임감을 갖는다"고 입을 모았다. 가정을 지키고 아이를 돌보는 일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스톡홀름 어느 곳에서든 낮 시간에 유모차를 끌고 장을 보는 아빠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를 동반한 어른은 대중교통이 무료이고 버스는 유모차가 쉽게 오르내릴 수 있게 모두 저상버스다.

◆일하는 부모 아이는 국가가 돌본다

스웨덴의 육아에 대한 지원은 프랑스 못지않다.

삼 남매를 둔 오스칼 티베리(Tiberg ·37·로펌 운영)와 요하나 프리드(Freed·여·38·공무원)씨 부부는 "경제적인 문제는 가족계획을 하는 데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첫째, 둘째가 유치원에 다니지만, 티베리씨 부부가 부담하는 것은 유치원 이용비의 5% 정도이고, 나머지는 국가에서 낸다.

발달장애가 있는 첫째 엘라(여·6)는 집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말도 어눌하고 또래에 비해 키도 작지만 주눅 든 기색은 전혀 없었다. 엘라는 한달에 두번 병원에 가지만, 이때 드는 비용도 없다. 티베리 부부는 삼 남매에게 들어가는 돈이 한 달 3000크로나(약 50만원) 정도라고 추산했다. 반면 정부에서 받는 세 아이의 아동수당은 한 달 3604크로나(약 60만원)여서 10만원 정도는 남는다.

스웨덴의 아동수당 제도는 자녀가 많을수록 보너스가 붙는다. 아동 1명당 16세까지 매달 1050크로나가 나오고, 자녀를 2명 이상 둘 경우 '다자녀 가족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아이가 공부를 계속하거나 장애가 있을 경우는 20세까지 받을 수 있다.

부모가 일자리로 돌아가면 보육은 국가의 책임이다. 스웨덴에서는 아이가 한 살이 되면 유치원에 보낼 수 있고 공립 유치원 공급은 수요에 100% 맞추고 있다. 3주간의 여름휴가 기간에도 한 가정이라도 아이를 맡기길 원할 경우 해당 유치원은 반드시 인근 다른 곳을 연결해줘야 한다. 때문에 한 지역에 있는 유치원은 한꺼번에 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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