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낳아야 미래 있다] [1] 낳기만 하면, 프랑스 정부가 키워준다

입력 2009.05.05 02:59

출산율 '마의2.0' 넘은 프랑스 아이 둘 낳은 가정은 20년간 7230만원 지원
'유럽 최저 출산율' 탈출 "돈 없어 못낳는 일 없게"
거리에 아이 웃음소리 많아지자 사회도 활력 두 자녀 있는 30대(代) 파리 공무원 "또 낳을래요"

지난달 29일 정오 무렵. 두 딸을 데리고 외출 나온 파시에카(Pasieka· 27)씨를 만난 것은 파리 18구의 한 서민 주택가 입구에서였다. 그녀는 산후 부기가 덜 빠진 몸매를 헐렁한 회색 가운으로 가린 채 한 손으로는 5개월 된 둘째 딸의 유모차를 끌고 다른 손으로는 고수머리 첫째 딸(5)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전형적인 프랑스의 저소득층이었다. 사무직원인 남편의 수입도 일정치 않아 "연봉은 알 수 없다"고 했다. 부부의 월수입은 1200유로(약 200만원) 정도. 이민자인 듯 프랑스어 발음이 어눌했다.

그런데도 파시에카씨는 "두 아이를 기르는 데 경제적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정부로부터 매달 출산 장려금 128유로(약 21만원)를 받고 있다. 이 장려금은 아이들이 20살이 될 때까지 계속된다.

아이가 14살이 되면 20살까지 매달 추가 보조금 60유로(약 10만원)까지 받는다. 임신 7개월 때 축하금으로 받는 863유로(약 146만원)까지 합치면 파시에카씨가 아이 둘이 20살이 될 때까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총 4만2526유로(약 7230만원)에 달한다. 그녀는 "앞으로 한두 명 더 낳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가 취하는 출산 장려책의 핵심은 '적어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사례는 없게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소한의 양육비만큼은 책임져 주겠다는 뜻이다.

프랑스 정부가 쓰는 출산 지원책은 파격적이다. 출산·양육 보조금 등으로 지원하는 돈은 연간 883억유로(약 150조원), 국내총생산(GDP)의 4.7%에 달한다.

덕분에 1994년 유럽 최저 수준(1.66명)이던 프랑스의 출산율은 지난해 2.02명으로 '마(魔)의 2.0 장벽'을 돌파했다. 아이가 셋 이상인 가정도 100만 가구(전체 약 2668만 가구)가 넘는다.

그렇게 돈을 퍼부으면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그 의문에 대한 답변을 국립가족수당기금(CNAF)의 총괄 담당자인 필립 슈테크(Philippe Steck·64)씨가 해주었다. 그는 "천문학적인 액수인 건 맞지만 미래에 되돌려받을 투자(back to invest ment)"라고 말했다.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이다.

슈테크씨에 따르면 2050년이면 65세 이상 인구의 질병 치료·연금 지불 등을 위해 유럽 각국은 매년 자국 GDP 대비 4.2%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프랑스는 왕성한 출산으로 젊은 경제활동 인구층이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지출비용이 3.2%밖에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출산율을 높인 덕에 매년 GDP의 약 1%에 해당되는 187억(약 32조원) 유로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한 산부인과 병원을 방문해 신생아를 안아보고 있다. 프랑스는 파격적인 재정 투입으로 출산율 2.0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AP
물론 금전적 이익만이 전부는 아니다. 저출산 대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 내기 위한 투자라고 슈테크씨는 말했다. 그는 "저출산에 대한 투자는 가족을 만들고, 아이들을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한 투자, 국민 복지 향상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로 올라간 출산율은 프랑스의 사회 분위기까지 바꾸고 있다. 파리 몽파르나스의 한적한 거리엔 유모차를 끌거나 어린 아이 손을 잡고 바삐 거리를 오가는 젊은 엄마들이 눈에 띄었다. 노부부들이 벤치에 모여 앉아 있는 고즈넉한 거리에 아이들 웃음소리, 뛰노는 소리가 들리자 주변엔 순식간에 생기가 돌았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초반 공무원 퓌르기(여·Purguy)씨도 세살짜리 딸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집에 있는 5개월 된 아들까지 자녀가 둘이지만 날렵한 몸매에 금발머리를 짧게 잘라 소년 같은 느낌이었다. 퓌르기씨는 "아이가 있으면 생활에 활력이 생겨요. 지금도 좋지만 한둘 더 낳을 계획이에요"라고 했다.

정부 재정 지원만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출산한 직장 여성은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6개월, 둘째부터는 1년까지 100% 유급휴가를 받는다. 이 기본 유급휴가 외에도 본인 의사에 따라 추가로 1년까지 무급휴가를 쓸 수도 있다.

육아휴가를 다 쓰고 직장으로 복귀했을 때는 출산 전에 받던 연봉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법적 보장을 받는다. 오래 쉬어서 일을 따라잡는 게 힘들다면 익숙해질 때까지 이전에 수행하던 업무와 직급은 비슷하지만 보다 쉬운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편의도 봐 준다.

원자력 기업 아레바(AREVA)의 사내 탁아소에서 이 회사 직원 샤를로트 포케(32·Fauquet)씨를 만났다. 두살 난 딸과 6개월 된 아들을 둔 그녀는 "탁아소도 이용하고, 집에는 베이비시터도 두고 있기 때문에 양육과 사회생활을 양립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직장 여성을 위해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가정에 매달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172유로(약 29만원)를 지원하고, 베이비시터도 알선해준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요즘 관심을 기울이는 정책은 탁아소·보육원 같은 양육기관 수 확충이다. 각 부처의 출산장려책을 총괄 관리하는 올리비에 페랄디(Peraldi) 가족정책위원장은 "며칠 전 영·유아 양육기관(현재 전국 9000여개)을 20만개(이중 탁아소 10만개)로 늘리기로 국립가족수당기금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그가 설명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가 있는 프랑스 부모들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양육기관 확충이고, 국가는 그런 요구를 반영해줘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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