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돼지는 죄가 없다

조선일보
  • 강동호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입력 2009.04.30 22:57

    강동호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요즘 "금(金)겹살이 똥겹살 됐다"는 말이 있다.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 여파로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양돈농가의 어려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신종 바이러스가 돼지와 무관함에도 언론에서 '돼지독감'으로 표현하고, 돼지 그림을 자주 쓰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오해가 일파만파로 불거졌다.

    과거 홍콩에서 발생한 AI(조류인플루엔자)가 국내에서 유행할 당시, 우리나라는 인명 피해가 한 명도 없었는데도 과민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 결과 축산농가의 엄청난 피해는 물론 심지어 통닭집 사장까지 자살하는 소동이 있었다. 그러나 이웃 일본에서는 처음부터 '홍콩조류독감'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일본산 닭고기와 동남아산 닭고기와의 차별을 시도했다. '일본산 닭고기는 안심하고 먹어도 괜찮다'고 홍보한 결과, 처음엔 다소 감소했던 소비가 곧바로 회복세로 돌아섰고 나중엔 오히려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그 당시 우리는 어떠했나? 처음에는 조류독감으로, 이후에는 AI로 용어를 통일해서 사용했지만 관련 산업의 피해는 갈수록 커졌다. 지금도 그때와 비슷하다. 정부는 '돼지인플루엔자'란 용어를 사용하며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있다. '양돈농가 보호책'과 '인체감염 대응책'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부처별로 의견 일치가 안 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AI 전례에서 보듯이 용어 사용에서 정부와 언론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금 양돈농가는 "이제는 다 망했다"며 수심이 가득하다. 정부와 언론은 양돈농가의 위기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배려하는 차원에서 신종 바이러스의 명칭을 'MI(멕시코인플루엔자)'로 사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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