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비포 선라이즈'를 꿈꾸며…

조선일보
  •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입력 2009.04.22 23:17 | 수정 2009.04.23 11:11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고속버스를 혼자 타면서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라는 기대에 마음 설레어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영국의 한 잡지가 여행을 떠나기 직전인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행 중 로맨스를 기대합니까." 절반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고, 그 비율은 여성이 더 높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여행을 떠날 때 아름다운 풍광만 기대하는 건 아닌 듯하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비엔나로 들어가는 기차에서 만나 하루 동안의 교감을 나누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 같은 사건은 영화 속에서만 일어날까. 영화에 나온 바로 그 '비엔나동(東)역'에서 어느 해 가을 새벽녘 예뻐했던 후배와 우연히 마주쳤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다들 '설마'라고 하지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우연한 만남은 여행지에서 종종 현실로 이뤄진다.

    만남이 없는 여행은 밋밋하다. 에펠탑에 오르고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앞에서 사진을 찍고 한여름 알프스 정상에서 눈 위를 걷는 일도 재미는 있다. 그러나 관광이 여행으로 바뀌려면 '만남'이란 변수가 더해져야 한다. 불가리아 소피아로 가는 덜컹거리는 기차 3등 객차에서 마주 앉은 시골 모녀와 손짓 발짓 섞어 나눈 '보디 랭귀지'는 그 어떤 명승지도 대신할 수 없는 찬란한 기억으로 새겨져 있다.

    여행 후 찍은 사진을 정리해 보면 유난히 눈길이 가는 사진이 꼭 한 장씩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뻔한 '증명사진'이 아니라 초점도 노출도 엉망이지만 '그 사람'과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일 때가 대부분이다. 여행이 선물하는 '만남의 퍼즐'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떠나는 마음은 더욱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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