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를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검사장 이인규)는 직무와 관련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다음주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박연차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36)씨, 부인 권양숙 여사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600만달러 수수과정에 노 전 대통령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진술과 정황 증거들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고위 관계자는 "혐의를 입증할 만큼 수사가 됐으며, 검찰로서는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 수뇌부의 의견"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할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구속)이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 회갑을 앞두고,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미화 3만달러를 건넸다는 사실을 확인, 이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알았는지를 확인 중이다.

정 전 회장은 현대차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2006년 5월 구속됐으나, 그해 8월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였다.

盧소환 앞두고 급박한 봉하마을 16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김경수 비서관의 배웅을 받 으며 사저를 나서고 있다. 이날 문 전 실장은 이곳에 5시간 50분가량 머물렀다.

검찰은 또 박 회장이 연철호(36)씨에게 2008년 2월 송금한 500만달러 중 300만달러를 넘겨받은 회사인 '엘리쉬&파트너스'가 노 전 대통령의 처남인 권기문씨 소유의 회사에 25만달러를 투자한 사실도 확인했다. 엘리쉬&파트너스는 노 전 대통령 장남인 건호(36)씨가 대주주인 회사다. 박연차 회장은 "50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이 '아들과 조카사위를 도와주라'고 해서 준 돈"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한편 이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구속)을 영등포 교도소로 이감시킨 뒤 소환해서, 그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돕겠다며 만든 ㈜봉화를 둘러싼 자금 흐름을 확인했다.

검찰은 강 회장이 ㈜봉화에 출자한 70억원 중 일부가 노 전 대통령 사저(私邸) 건축 자금 등으로 흘러들어 갔는지를 집중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강 회장과 박 회장, 정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을 앞둔 2007년 7월 모여서 재단 설립 재원(財源) 마련 문제를 논의했다는 이른바 '3자 회동'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도 함께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