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연예뉴스

"막장 논란에 마음 고생 평생 욕 다 먹은 거 같아"

  • 송혜진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입력 : 2009.04.17 05:32 | 수정 : 2009.04.22 09:54

    종영 앞둔 '아내의 유혹' 작가 김순옥씨

    
	‘고품격 막장 드라마’라는 기이한 수식을 가진‘아내의 유혹’의 김순옥 작가./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고품격 막장 드라마’라는 기이한 수식을 가진‘아내의 유혹’의 김순옥 작가./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2009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SBS TV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이렇게 열광적인 지지와 비난을 한꺼번에 받은 드라마도 드물 것이다. 최고 시청률 40.4%, 순간 최고 시청률 43.6%, 총 129회 방송. "드라마 기본 문법조차 무시한 해괴한 작품"이라는 거센 비난과 "통속극 보는 새로운 재미를 발견했다"는 칭찬을 동시에 듣는 작가 김순옥(38)씨를 5월 1일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16일 광화문에서 만났다.

    ―지난주 원고 집필을 마쳤다고 들었다.

    "원고 쓰는 동안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은 듯하다. 끝나서 홀가분하다."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도 참 많았는데?

    "'그런 소재라고 다 막장 드라마냐. 드라마는 그려내기 따라 다르다' 그렇게 항변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드라마 속 장면이 개그 프로그램 패러디 소재까지 되는 걸 보고 좀 심란하더라."

    ―주인공 구은재(장서희)가 얼굴에 점 하나 그렸다고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장면 말인가?

    "그렇다. 고민이 많았다. 장서희를 성형수술시킬 수도 없고, 특수분장을 하는 것도 웃기는 노릇이었다. 상황을 철저하게 만들어주면 점만 찍고 나와도 개연성이 있어 보일 거라고 믿었다. 배우들이 연기를 워낙 잘 해줬고."

    ―드라마 문법을 파괴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호흡도 너무 빠르고.

    "저녁 7시15분에 누가 TV를 볼까. 시청률을 올리려면 TV를 안 보던 사람들도 일부러 드라마를 찾아보도록 만들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A4용지로 16장을 쓰면 1회 분량이 나오는데 난 항상 23장씩 써서 줬다. 그걸 다 찍은 뒤 돌려보면서 늘어지는 부분을 모두 쳐내 편집했다. 소위 말해 '엑기스'만 방송한 셈이다. 김수현 선생님이 이 드라마 보면서 혀를 찼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당연한 비판이라고 생각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래도 구은재가 하루 만에 탱고를 익혀서 남자를 유혹하는 등 신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준 건 너무 허황된 설정 아니었을까?

    "그것도 시청자들에겐 즐거움을 주는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내는 구은재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시청자도 많았으니까."

    ―원래 제작진이 정해놓았던 시청률 목표치가 15%였다고 들었다.

    "이제 겨우 연속극 두 번째 쓰는 초짜 작가다. 처음 MBC TV '베스트극장'으로 데뷔해서 감성적인 작품 쓰면서 인정도 받았지만 시청률 성적은 형편없었다. 소설과 드라마는 다르구나, 사람들이 보는 작품을 써야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쓴 게 '아내의 유혹'이다. 시청률 40%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수치였다."

    ―은재를 괴롭히던 애리가 암까지 걸리자 너무하다고 말하는 시청자도 많다.

    "사람들이 악녀 애리를 보면서 '안됐다', '살려달라'고 말한다면 내 의도는 성공한 거다. 진짜 착한 사람도 악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나쁜 사람에게도 알고 보면 선한 마음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악한 사람도 선한 사람과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건 결국 또 다른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 결말에 또 다른 반전을 숨겨놨으니 기대해달라."(웃음)